'文정부로 회귀'한 野…원전 생태계 회복·주택규제 완화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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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핵심정책 좌초 위기“돈도 없는데 그런 분양을 왜 받나.”
민주 "文정책 되돌릴 수 없다"
원전예산 대거 삭감 '어깃장'
중대재해법 보완도 입장바꿔
지지층 입맛 맞추기에 급급
"이대로가면 총선 이긴다" 자신
증여세 공제·비대면진료도 반대
신규 분양 아파트의 의무 거주 기준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졌음에도 실거주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계획을 믿고 분양받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실거주 의무가 현행법에 있다는 걸 알면서 당장 입주하지 못하는 처지임에도 분양권을 받는 바람에 다른 경쟁자들이 분양권을 얻지 못한 것과의 형평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 입주를 못한다면 실거주 폐지가 아니라 시행령으로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하지만 회의를 지켜본 이들은 “제도와 관련된 혼란을 국민 탓으로 돌렸다”며 “집값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아파트 수요자 탓만 하던 문재인 정부 당시의 오만함이 재연됐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의 반대로 주택법 개정안 처리는 다시 한번 불발됐다.
○尹 정책 줄줄이 발목 잡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법안들은 문재인 정부 때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 유독 많다. 이날 국토위에서 논의된 실거주 의무화 관련 법은 2021년 2월부터 시행됐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전세를 들이는 대신 직접 거주토록 하면서 “돈 없는 무주택자는 집도 분양받지 말라는 말이냐”는 비판을 받은 정책이다.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을 유예하는 법안도 그렇다. 중대재해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2022년 1월 시행돼 대상을 확대해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적용 유예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당내에서 “지난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되돌릴 수 없다”는 반대가 만만치 않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위한 특별법에 반대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특별법 제정과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기초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재검토에 4년을 허비하며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탓에 개별 원자력발전소에 임시로 저장한 고준위 폐기물은 2030년 이후면 갈 곳이 없어진다.
○“기존 지지층만으로도 승리”
지난해만 해도 민주당은 달랐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한 민주당은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어 패인을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는 토론회 때마다 단골로 거론된 이슈였다. 올해 5월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비공개 워크숍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부동산 대책 남발이 선거 패배의 이유로 지적됐다.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달 압승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계기가 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를 통해 정부·여당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기존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는다면 승부처인 수도권과 충청 등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할 경우 민주당의 선명성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레임덕에 따른 윤석열 정부의 이른 퇴장이 ‘문재인 정부 정책 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지자 표심에 달린 법안 심의
민주당이 반대하는 다른 법안들 역시 주요 지지층의 입맛에 맞춰 입장을 정했다. 정부가 내년도 세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내놓은 신혼부부 증여세 감면 확대가 대표적이다. 관련 정부 발표가 나온 지난 7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 초부자 감세를 또 들고나왔다”며 “이런 방안으로 혜택 볼 계층은 극히 적다”고 비판했다. 신혼부부의 비과세 증여 폭을 현행 1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늘리더라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만한 증여를 해줄 이들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뒷받침됐다.민주당은 또 올해 9월부터 시범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약사 등 관련 집단의 표심을 의식해 반대하고 있다.
노경목/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