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나의 벗 영국, 그대는 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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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만찬서 찰스 3세와 詩 교환“While the wind keeps blowing, My feet stand upon a rock(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환영 만찬에서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이 영어로 울려 퍼졌다. 시를 읊은 이는 찰스 3세.찰스 3세는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한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이 구절을 인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찰스 3세는 “귀국(貴國)이 이룩한 화려한 여정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007)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스의 ‘렛 잇 비’에는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도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스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고 화답했다. BTS와 영국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는 양국 문화 교류의 한 예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한 영국군 6·25전쟁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 병장과 제임스 로건 일병을 언급하며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고 강조했다.
건배 제의는 상대방의 언어로 했다. 찰스 3세는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영어로 “나의 벗 영국, 그대는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라고 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에서 따온 구절이다.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이 대거 참석했다.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지수 제니 로제 리사도 함께했다. 블랙핑크는 22일 찰스 3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런던=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