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해양쓰레기 800톤 수거…바다 살리기 나선 동원

세계 최대 참치선단을 보유한 동원산업이 지난 10년간 800t에 달하는 조업 쓰레기를 자체 수거했다. 2013년부터 자발적 감축에 나선 동원산업은 모든 선박에 국제해사기구 인증을 받은 소각기를 설치해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해양 오염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경ESG] ESG NOW
동원산업 직원들이 참치조업선에서 분리 배출한 해양 쓰레기를 육지로 옮겨 처리하기 위해 운반선에 싣고 있다. 동원산업 제공
세계 최대 참치 선단 기업인 동원산업이 지난 10년간 800톤에 달하는 해양쓰레기를 자체 수거했다. 조업선의 자발적 쓰레기 수거 활동은 국내에선 동원산업이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는 평가다. 최근 바다에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해안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 같은 자발적 해상 조업 쓰레기 수거 작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조업 쓰레기 수거

업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동원산업이 조업선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양은 792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톤 탑차 800대에 달하는 쓰레기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육지로 옮겨 별도 처리한 것이다.바다에서 작업하는 조업선에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 명이 승선해 장기간 생활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MARPOL(선박으로 인한 해양 오염 방지 국제협약)’에 따라 쓰레기를 분류한 뒤 소각, 배출, 수거 등 3가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이 협약에서는 잘게 분쇄돼 25mm 이하 구멍의 망을 통과하는 음식물 쓰레기 정도만 바다에 배출할 수 있으며 플라스틱, 종이, 유리 등은 조건에 따라 소각 또는 수거해 육지에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MARPOL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상당수 조업선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대부분 쓰레기를 바다나 섬에 버리는 상황이다.
동원산업은 운반선 10여 척을 활용해 조업선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을 한다. 조업선에서 발생한 각종 쓰레기를 조업선 내에서 분리해 보관하다 운반선이 수거한 뒤 육지로 가져와 폐기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조업선은 한 번 출항하면 평균 12~14개월간 쉬지 않고 바다에서 조업 활동을 한다. 그사이 잡은 수산물로 조업선이 만선이 되면 운반선이 접선해 어획한 수산물이나 쓰레기를 싣고 육지로 돌아온다.

회사 관계자는 “수산물 외 쓰레기까지 육지로 이송하는 것은 자체 운반선이 아니면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동원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운반선을 보유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증받은 소각기로 환경오염 저감조업선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감축하는 방안 중 하나는 소각기 설치다. 동원산업은 태평양에서 조업하는 29척의 모든 선박에 IMO 인증을 받은 소각기를 설치했다. IMO의 인증을 받은 소각기는 일반 소각기보다 고성능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연소실 가스 출구 온도가 5분 이내에 600℃에 도달해야 하고, 연소실 가스 출구 온도가 850℃ 이하에서는 쓰레기 공급을 하면 안 된다.

고온 소각을 통해 환경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탄소(CO2) 등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대기·해양 환경오염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동원산업은 소각기와 함께 압착기도 설치했다. 압착기는 드럼통처럼 부피가 큰 고철을 압축해 부피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압착 작업을 통해 쓰레기로 수거하기 전까지 조업선 내에서 용이하게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의 조업선은 소각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인증을 받지 않은 소각기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운반선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육지로 가져와 처리하는 작업이나 인증받은 소각기를 설치하는 것은 인력, 에너지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동원산업처럼 MARPOL의 권고대로 조업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바다 한가운데 조업 현장에서는 선박들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김민호 동원산업 본아미호 선장은 “일부 외국 적선이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여러 번 본 적 있다”며 “동원산업 선박은 쓰레기 수거 외에도 생분해 바이오 소재로 만든 어군집어장치를 사용하는 등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남다른 바다 사랑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동원산업이 조업 중 발생한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수거하는 것은 바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김재철 명예회장의 의지 덕분이다. 그는 국내 첫 원양선인 지남호에 실습 선원으로 탑승한 마도로스 출신이다.

김 명예회장의 바다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생업의 터전인 바다 오염을 막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동원산업은 40척의 선단을 운용하는 글로벌 원양어업 회사다. 참치 선망 선단만 보면 20척을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북태평양 공해에는 해류를 타고 쓰레기가 몰려와 180만km2 면적의 거대 쓰레기 섬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 면적의 16배에 이른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연간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해양쓰레기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국내 해안도 쓰레기 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등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전국 해변에 쌓이고 제주 해안에서 플라스틱을 먹은 바다거북의 사체가 잇달아 발견됐다.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2021년 기준 12만 톤 규모다. 해양쓰레기 수거 예산은 2019년 597억원에서 2021년 130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쓰레기 제로화’를 목표로 내걸고 2027년까지 해양쓰레기양을 최소 4만 톤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수정 한국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