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꼰대는 군바리 시절도 설명충이었을까"

신간 '차별의 말대신 배려의 말로!'…240여개 차별어 제시
"SNS상 무분별 신조어 폐해 심각"

꼰대, 치매, 미혼여성, 불우이웃, 저출산, 군바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쓰이는 차별어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지자, 익명성에 기대 남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말들이나 괴상망측한 신조어가 더욱 난무한다.

한글 지킴이로 활동하는 김슬옹 박사가 신간 '차별의 말 대신 배려의 말로!'에서 관습으로 굳어져 온 것 등 흔히 쓰이는 240가지 차별어를 분류해 각성을 요구하고, 적절한 대안어도 제시했다. 군바리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어 '시다바리'(したばり)가 군인과 합성됐다는 설과, 다리가 짧은 애완견을 통칭하는 발바리가 합쳐져 나라를 지키는 개라는 의미가 됐다는 누리꾼들의 추측이 있다.

어느 쪽이든 비하하는 표현이다.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춰 이르는 말이다. 아주머니는 본래 친족의 명칭으로서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아줌마에 '사회적으로 뻔뻔하고 몰염치하게 행동하는 여성'이라는 뉘앙스가 짙게 깔린 만큼 아주머니로 부르는 것이 옳다.

직장인들이 즐겨(?)쓰는 '꼰대'는 백작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꽁트'(comte)에서 파생했다는 견해가 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에게 백작 지위가 주어졌고, 친일파들은 스스로를 '꽁테'라 불렀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점점 꼰대가 됐다는 것이다.

영남지역에서 번데기의 사투리가 '꼰데기'인데, 늙어서 주름이 많은 사람을 비하해 이런 표현을 썼다는 설도 있다.
'남녀'는 일상적으로 쓰인다.

남자를 앞세우는 건 남성 우월주의다.

그런데 욕을 할 때는 '연놈'으로 여성이 앞선다.

이러한 것은 비대칭 차별어에 속한다.

남녀대신 '혼성'이나 '연인'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자식이 둘 이상일 때 표현하는 '1남2녀'는 남성을 여성보다 앞에 배치하는 차별적 표현이다.

태어난 순서대로 호명하면 어떨까.

남자를 가리킬 때는 '그남'이 아닌 삼인칭 대명사의 기본형 '그'를 쓰면서, 여자만 '그녀'로 지칭하는 것도 관습적인 성차별이다.

'그'만 쓰면 된다.

'부모'도 관습으로 굳어진 표현이지만 이는 '모'에 대한 차별이다.

대체어로 양친이나 어버이가 있다.

'자매결연'이라는 말은 흔한데 '형제결연'은 왜 없나.

이는 성차별을 전제한 말이다.

상호결연으로 바꿀 수 있다.

불우(不遇)이웃에 '불우'는 지나친 동정심을 유발하는 뉘앙스가 있다.

이러한 느낌을 완화한다면 '어려운 이웃'으로 쓰면 적절하다.

형편이 어렵다고 "불우하다"고 말하면 모욕감을 준다.

퇴행성 뇌질환을 폭넓게 일컫는 '치매'는 어리석을 치(痴)에 어리석을 매(呆)를 한자어로 쓴다.

어리석음과 동일시하는 말로서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준다.

'인지저하증', '인지증' 등으로 바꿔쓸 수 있다.
'저출산'에 숨겨진 주어는 여성이다.

아이를 적게 낳는 상황이 오로지 여성의 책임인 양 몰아가는 뉘앙스를 준다.

서울시의 권고대로 '저출생'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설명을 길고 지루하게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설명충' 등 벌레를 뜻하는 '충'(蟲)을 붙인 거북한 낱말도 숱하게 떠돈다.

이 밖에도 '개똥녀', '김치녀', '된장녀', '냄져', '중고녀', '경단녀','개저씨', '잼민이' 등 SNS 상에는 이러한 차별어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

저자는 무심코, 재미로 던진 차별어가 은연중에 차별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차별어는 남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자신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차별받고 싶으면 차별어를 쓰라고 말합니다.

차별어는 본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이웃 모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차별어 안 쓰기는 더불어 행복한 터전을 만드는 바탕길입니다. "
마리북스.34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