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합의 어렵다"…산유국 카르텔 붕괴 조짐에 유가폭락

OPEC+ 정례회의 23일에서 30일로 연기
사우디 감산 연장에 나이지리아 앙골라 반기 영향
미국 휘발유값, 두달 만에 20% 하락
사진=AFP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23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정례회의가 연기됐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회원국들 간 이견으로 더 이상 감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중 한때 5% 넘게 떨어졌다. 미국에선 원유재고가 늘며 휘발유값이 두달 새 15% 이상 빠졌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0.86% 하락한 배럴당 77.10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WTI 가격은 한때 5.12% 하락한 배럴당 73.79달러까지 밀렸다. OPEC+가 성명을 통해 오는 26일로 예정한 회원국 간 장관급 정례회의를 30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직후다.

OPEC+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외신들은 OPEC+ 회원국 간 이견으로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의 일정이 조정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가 다른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감산 기간을 연장하려 했지만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른 회원국들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올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가려 하고 있다.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올해말까지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등 신흥 산유국들이 전체 회원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쿼터)을 늘리기 위해 로비를 벌이면서 감산 방침 유지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라이스태드에너지의 조지 레온 부사장은 NYT에 "일부 회원국들은 쿼터를 늘리길 원하는 반면 감산에 협조적인 회원국들은 더 낮은 생산 쿼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감산 합의에 도달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미국 내 원유재고는 늘었다. 17일로 끝난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량은 전주 대비 870만배럴 늘어난 4억4805만배럴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10만배럴)보다 87배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휘발유값은 9월 중순이후 9주째 하락 추세다. 휘발유 소비량이 급증하는 추수감사절을 앞둔 이날 미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3.28달러로 전일보다 0.6% 하락했다. 한달 전보다 7.6%, 두달 전보다 15.2% 각각 떨어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국제유가 하락과 재고량 증가로 휘발유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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