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동포 "긴급주거 지원 포기…실효성 떨어져"

전세사기를 당한 재외동포도 정부의 긴급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외동포 중 처음으로 긴급주거 지원 대상자에 선정된 중국 국적 전세사기 피해자 고홍남(42)씨는 23일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오피스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씨는 "긴급주거 지원이 결정돼 여러 집을 봤지만 월세 45만원에 관리비가 추가로 필요했고 거주 기간이 2년으로 제한되는 한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세 비용 마련이 어려워 인천시에 월세 지원을 신청했으나 긴급주거 지원과 중복해서 받을 수 없었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사기 대책도 재외동포가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건 11개 중 2개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씨는 정부의 긴급주거 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저렴한 주택을 사들여 대출을 갚기로 하고 이날 이사했다. 어린 자녀를 포함해 여섯 식구인 그에게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씨가 이사한 곳은 금융권이 설정한 근저당 1억800만원만 갚으면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이었다.

그는 이 중 1억원은 5%대 금리로 대출받거나 다른 곳에서 융통했고, 나머지 800만원은 전세사기 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 측이 변제한 돈으로 충당했다. 고씨는 당시 시중은행의 저리 주택자금 대출도 알아봤지만 신용등급 중상 이상, 4대 보험 필수, 18개월 이상 직장 근무 등 조건이 까다로워 받을 수 없었다.

저금리 대출상품인 '디딤돌' 역시 외국인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씨의 부동산 매매를 도운 공인중개사 우청숙(45)씨는 "미추홀구는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이 다른 지역보다 낮기 때문에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낙찰받는 것보다 매입하는 쪽이 피해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씨는 이어 "고씨의 사례처럼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세사기 피해 오피스텔을 매매할 경우 4%대인 기존 취득세율을 1%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