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드라마 만든 KT, 전현무 예능 만든 LG U+…어디서 보냐고?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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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 콘텐츠 제작 '본격화'"요즘 드라마 중 캐스팅 가장 좋은 곳은 ENA 아닌가요?"
오는 27일 첫 방송되는 ENA 새 월화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 신현빈 주연의 드라마다.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로 '그해 우리는' 김윤진 감독과 연출,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 각본 집필을 맡았다. 올해 연말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다.ENA는 국내 대표 통신사 중 하나인 KT가 운영하는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다. KT는 지니TV, 지니TV 모바일과 함께 방송 채널로 ENA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방송하며 단숨에 주목받았고, 이후 김태희·임지연 주연의 '마당이 있는 집', 전혜진·최수영의 '남남', 윤계상의 '유괴의 날' 등을 선보이며 최근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스팅에 볼만한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대표 통신사 LG 유플러스 역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완성도 높은 대본으로 호평받았던 '하이쿠키'를 비롯해 방송인 전현무와 '런닝맨'을 연출했던 임형택, 김주형 PD가 뭉친 '서치미'를 선보였다. 모바일 메신저 대화만으로 진짜 지인을 찾는다는 콘셉트의 추리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인 '서치미'는 베테랑 방송인 전현무마저 "이렇게 새로운 프로그램은 처음"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로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는 평이다.
통신사들의 콘텐츠 제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지상파와 SK텔레콤이 뭉친 OTT 플랫폼 웨이브 정도만 있었다면 최근 몇 년 사이 KT와 LG 유플러스까지 플랫폼은 물론 전문 스튜디오를 설립해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KT는 2021년 콘텐츠 법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해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나섰다. 설립 당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운 해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들과의 경쟁 속에 KT도 수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올해까지 원천 지적재산(IP) 1000개, 드라마 IP를 100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지난해 CJ ENM과 협약을 맺고 콘텐츠 투자부터 제작, 편성, 유통에 이르는 전방위 협력에 나섰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양측은 콘텐츠 공동 제작, 음원사업 협력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를 통해 KT는 스튜디오지니를 핵심 축으로, 다른 미디어 관련 사업자들을 아우르는 구조로 편성됐다. IP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른바 '리쿱(콘텐츠 제작비 회수)구조'를 형성한 것. 웹소설·웹툰 전문기업 스토리위즈, 스카이TV, OTT 시즌(seezn),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뮤직, T커머스·콘텐츠 유통 전문기업 kt 알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구조 속에 탄생한 작품들은 '지니TV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LG유플러스는 지난해 'U+3.0'을 선언하고 4대 플랫폼(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웹3.0)을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CCO 산하에 'STUDIO X+U'를 두고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는 '콘텐츠 제작센터'를 신설한 것이 골자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연출, 유통, 포맷화, 공급망 제휴까지 콘텐츠 전반에 대한 모든 활동을 'STUDIO X+U'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콘텐츠 전문 인재를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CCO(최고 콘텐츠 책임자)로 CJ ENM 출신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 이덕재 전무와 CJ ENM, HYBE 등을 거친 콘텐츠IP사업담당 이상진 상무를 영입했고, '놀러와',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신정수 PD와 '런닝맨'을 연출한 임형택 PD를 각각 콘텐츠제작센터장과 버라이어티제작2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타 PD 등 전문 인력을 영입해 조직 정비를 마무리한 LG유플러스는 'STUDIO X+U'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돌입했고, 유의미한 성과도 얻고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다른 플랫폼과 연계를 통해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고,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실제로 론칭작이었던 '하이쿠키'는 넷플릭스, 지난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서치미'는 KBS를 통해 송출됐다. 특히 '하이쿠키'는 국내 OTT 검색 및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서 콘텐츠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넷플릭스 비오리지널 시리즈 1위, 대한민국 넷플릭스 TOP 10 2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몇몇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의 경우 KT 관련 플랫폼 외에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종영한 신하균, 김영광 주연의 '악인전기'의 경우 절대 악인을 만난 생계형 변호사가 엘리트 악인으로 변모하는 이야기가 호평받으며 '용두용미'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악인전기'는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 ENA 채널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지니 TV 경쟁력을 제고하고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하기 위해 타 플랫폼에는 유통을 하지 않았기 때문.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으로 서비스해 플랫폼 가입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지만 KT관련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작품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아직은 낯선 채널, 플랫폼에 "콘텐츠 접근이 어렵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용자들은 좋은 콘텐츠라면 찾아보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형택 PD는 '서치미' 간담회에서 "이제는 콘텐츠 중심의 세상이 된 것 같다"며 "세상이 변하고 있고, 콘텐츠에 맞춰 선보이는 플랫폼도 달라질 수 있는 거 같다"고 언급했다. 한 제작관계자는 "요즘은 플랫폼이 워낙 다양해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츠를, 좋은 환경에서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는지를 더 따져보게 되는 것 같다"며 "일장일단이 있지만 지니스튜디오, STUDIO X+U 모두 이미 내년에 선보일 프로그램 라인업까지 잡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