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세금 깎았더니 '자본 리쇼어링'…해외 배당금 300억 달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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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와 글쓰기삼성·현대자동차·LG를 비롯한 국내 간판 기업 10곳이 올해 해외 법인에서 벌어들인 돈 40조원가량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 중 상당액을 국내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데 투입했다.
해외 법인의 국내 본사 배당금에
'이중과세' 부담 대폭 줄여줘
삼성·현대차·LG 등 기업 10곳
해외자금 반입 작년의 12배 증가
대부분 설비에 투자 '선순환'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상장사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홀딩스·현대차·LG화학·삼성SDI·LG전자·삼성엔지니어링·오리온·두산밥캣 등 10개 기업 해외 법인의 본사(국내 법인) 배당액은 39조94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3조2592억 원)보다 12배 많은 금액이다. 올해 1~9월 평균 환율(달러당 1300원32전)로 환산하면 307억1159만 달러다. 이는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해외 법인 배당액을 공시한 기업을 집계한 결과다.
해외 법인서 보관하던 현금 ‘국내로’
이들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29조923억 원을 들여와 규모가 가장 컸다. 작년 동기(1644억 원)보다 176배 늘었다. 현대차는 올해 59억 달러(약 7조6700억 원)를 국내로 반입했다. 작년(13억 달러)의 4.6배 규모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어난 1조3821억 원을 배당받았다.기업들이 줄줄이 ‘자본 리쇼어링’(해외 법인 자금의 국내 반입)에 나선 것은 감세정책의 결과물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법인세법 개정안 영향이 컸다. 작년까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법인세를 내고 잉여금을 국내 본사로 배당하면 국내에서도 세금을 내야 했다. 이런 ‘이중과세’ 부담에 배당을 주저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과세한 배당금은 배당의 5%에 한해서만 국내에서 과세하는 방식으로 세법이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보유 현금은 115조2273억 원에 달했다. 이들 현금은 대부분 미국과 베트남에 있는 법인 금고에 보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국내 본사의 보유 현금은 3조9217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기업 해외법인 배당에 이중과세하지 않기로 하자, 삼성전자는 올 들어 해외에서 30조 원 가까이 들여왔다.
원화가치 방어에도 큰 역할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들여온 자금 대부분을 설비투자 등에 썼다. 삼성전자는 들여온 현금 대부분을 평택캠퍼스 반도체 설비 라인을 구축하는 데 사용한다. 이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에 역대 최대인 53조7000억 원을 편성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총 7조6700억 원가량을 들여 설비투자를 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LG그룹은 LG전자(1조3821억 원)와 LG에너지솔루션(3298억 원), LG화학(2273억 원) 등이 중국과 태국 법인 등에서 현금을 들여왔다. 이 중 상당액을 가전 설비 증설 자금 등으로 썼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들어 9월까지 4448억원을 해외 법인으로부터 배당받았다. 작년 같은 기간(3459억 원)에 비해 28.5% 늘었다. 올해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인 호주 로이힐에서 2571억 원을 받았다. 대부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국내로 회귀한 자본이 대부분 설비 투자금으로 쓰이면서 국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올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165억8000만 달러(약 21조55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에 포함된 직접투자(해외 법인 등)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297억2120만 달러(약 38조6300억 원)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상수지 흑자 폭을 늘린 데다 원화 가치를 방어해 투자·고용으로도 이어졌다”며 “정부의 법인세 개편이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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