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위안부 패소'에 "韓 사법 리스크 재현…영향은 한정적"

요미우리 "韓 징용 해법 이행에 찬물"…다수 신문 "한일 관계 영향은 한정적일 듯"
아사이 "日 무대응 원칙 고수할 듯"…25일 방한 외무상이 日정부 입장 설명 관측도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23일 원고 승소로 판결한 데 대해 일본 언론이 "한국 사법 리스크가 재현됐다"고 24일 보도했다. 하지만 다수 일본 매체는 이번 판결이 올해 3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한 이후 빠른 속도로 개선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보수 성향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로 이번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일본에 배상을 명령했다면서 "지금까지 한일 양국의 마찰 원인을 만들어 온 한국 사법 리스크가 다시 떠올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법원은 일본에 엄격한 한국 여론에 영합하는 듯한 판결을 자주 했다"며 이번에도 법원이 한국 정부의 징용 해법 이행에 물을 끼얹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한국 재판부가 최근 '제국의 위안부'와 '쓰시마 불상' 관련 소송에서 냉정한 판단을 이어 왔지만, 이번에 기류가 바뀌었다고 해석했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달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 판단을 했고, 한국인 절도범이 2012년 쓰시마섬 사찰에서 훔쳐 온 고려시대 불상 소유권이 일본 측에 있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요미우리는 "한일 역사문제가 한국 사법부 판단을 계기로 다시 복잡화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제강점기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이 이뤄지는 것 자체에 대해 유감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배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 1심 재판부가 2021년 1월 같은 취지의 또 다른 소송에서 일본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한 데 대해 대응하지 않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아사히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25일부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이러한 일본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한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모습은 피할 듯하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개선 중인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외무성 간부 전망을 소개했다.

중도 혹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한 판결은 '한국 사법 리스크'를 다시 부각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과 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권에 난제가 하나 늘어난 형국이지만, 일본 정부에 바로 실질적인 손해가 나오지 않을 것이어서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역사 문제에서 극우적 시각을 드러내 온 산케이신문도 "일본 정부가 이전처럼 소송에 관여하지 않으면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된다"면서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끼치는 영향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전날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