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양면성 있는 독점,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

테샛 경제학
(138) 금난전권과 독점
조선의 개혁 군주로 유명한 정조는 1791년 신해년에 육의전을 제외한 시전 상인의 ‘금난전권’을 금지하는 ‘신해통공’을 시행합니다. 당연히 시전 상인, 이들과 결탁한 조정 대신들의 반발은 극심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정조는 이를 밀어붙였을까요?

나라에서 부여한 독점판매권

조선은 상업을 가장 아래로 보았지만, 도성인 한양의 인구가 늘어나고 필요한 물품이 많아지면서 상인의 역할이 필요해졌지요. 그래서 도성 안에서 6개 품목(비단, 명주, 무명, 모시, 종이, 어물)에 대해 해당 상인에게 독점권을 주고 제품을 나라에 공급하게 했습니다. 이를 ‘육의전’이라 했지요. 육의전으로 대표되는 시전 상인들은 나라에서 준 독점권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죠.

하지만 임진왜란과 두 번의 호란을 경험한 조선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광해군 때 대동법을 시행하면서 화폐경제가 발달하고, 수공업과 상업이 활발해지면서 상품을 판매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시전 상인들의 금난전권으로 허가받지 않은 난전을 규제했습니다. 그리고 특정 물품을 독점해서 팔 수 있기에 가격을 높여 팔아도 대체할 상품이 없었죠. 이에 따라 물가는 오르고 백성의 고통은 커졌지요. 조선 후기로 가면서 난전이 활발해진 것도 바로 시전 상인들의 이러한 행태 때문입니다. 정조는 이러한 폐해를 잡기 위해 신해통공을 실시해 백성이 어디를 가든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할수 있도록 했지요.

독점에 대한 상반된 시선

우리가 독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도 시전 상인과 비슷한 행태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지요. 하지만 독점을 바라보는 상반된 주장이 있습니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것은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늘린 결과라는 주장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으면 경쟁시장과 비교해 시장가격을 높이고 생산을 줄이므로 결국 소비자 후생이 줄어든다는 주장의 대립입니다. 하지만 독점이 된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난전권과 같은 진입장벽으로 얻은 독점은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는지 감시가 필요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정부에게 사업 면허권을 받은 기업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죠.그러나 기업 사이에서 경쟁을 통해 얻은 독점적 지위는 결국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으로 흐름이 바뀐다는 점도 살펴봐야 합니다. 구글이 글로벌 검색시장을 장악했지만, 오픈AI(사진)에서 개발한 챗GPT가 경쟁자로 떠올랐지요. 이전에는 내가 찾고자 하는 자료를 직접 검색해서 찾아야 했지만, 챗GPT는 질문을 적으면 인공지능(AI)이 찾아줍니다. 이에 따라 구글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죠. 이처럼 기존 기업도 현재의 점유율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후생도 높아질 수 있지요. 긴 흐름을 가지고 시장을 살펴본다면 독점을 바라보는 시선과 시장의 변화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