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 노래지더니 간 수치 폭발"…'다이어트약'의 실체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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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약 먹고 급성 간염·황달" 사례 잇따라
인과성 확인 안 돼…약에 '주의 문구' 추가
식약처 "모니터링 지속하며 안전성 재평가 계획"
"처음에는 체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눈이 노래지고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더라고요."
아침 식사 후 갑자기 극심한 피로감에 황달 증세까지 온 한하언(31)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원인 불명인 간 독성에 의한 급성 간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한 씨의 간 수치는 2200(혈중 ALT 기준, 정상 수치 40~50)이 넘었다. 당일은 물론 전날도 술 한 잔 마시지 않았다는 그는 불현듯 '다이어트약'이 떠올랐다. 8개월간 가르시니아 성분의 다이어트약을 복용한 것이다. 한 씨는 "2주간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기간 동안 다이어트약을 안 먹으니 간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도 한 씨와 같은 주장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다이어트 보조제를 포함한 국내 체지방 감소 식품 시장 규모는 2019년 1449억원에서 2021년 1630억원까지 커졌다. '다이어트약'이라는 명칭으로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100개가 훌쩍 넘는다.
특히 인도 등 동남아시아와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열매 과일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성분을 추출한 약이 인기다.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바뀌는 과정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러나 다이어트약을 먹고 급성 간염 등 간 질환을 경험했다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다이어트약의 간 독성 논란은 2016년 처음 일었다. 당시 한국보건의료원이 국내외 관련 문헌 80편을 분석한 결과, 가르시니아 추출물 복용자 중 일부가 간 손상과 심장 질환을 겪은 것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다이어트 보조제 부작용 현황'에서도 가르시니아, 카네킨(녹차 추출물) 등 성분이 함유된 다이어트약 부작용 사례가 2016년 90건, 2017년 95건, 2018년 105건으로 증가세였다.
그럼에도 특정 성분의 다이어트약이 간 손상을 일으킨다는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2017년 식약처는 시중 제품을 재검사했지만 간 질환과의 인과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다이어트약에 '간·신장·심장 질환이 있을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라'는 식의 주의 문구를 추가했다.신승각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지만 원인을 다이어트 약이라고 하긴 어렵다. 과복용이 아니라 단순 약제에 의한 간 손상의 인과성을 명확히 밝히기가 쉽지 않고, 기저 질환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이어트약) 복용 후 간 손상이 온 환자는 재복용시 보통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주의를 요했다.
일각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일부 다이어트약은 처방전 없이 인터넷과 시중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동물 시험, 인체 적용 시험 등을 여러 승인 절차를 거치지만 약사법에 따라 하루 복용량, 부작용 시험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승인되는 '의약품'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실제로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비싸다고 느끼면서 건강에 유익할 것 같다는 이유로 고가의 건강기능식품은 구매하는 분들이 많다"며 "잘못된 인식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혼동을 막기 위해 약 복용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명확히 표기하고 효과에 대한 과대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