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온라인 약 판매 전면허용…IT한국은 원격의료 제자리걸음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3개 대상국 중 8위(2022년 기준)를 기록했다. 2017년 19위에서 해마다 몇 단계씩 순위가 뛰었다. 선진국 가운데 정부·민간의 디지털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다고 평가받는 일본은 29위다. 격차가 꽤 크다. 하지만 원격의료와 의약품 온라인 판매 및 배송 등 의약 분야로 좁혀 보면 일본은 한국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이용자인 국민 편의를 위해 정부가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의사·약사 등 기득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역시 한국과 비교해 강하지 않다.

일본이 일부 의약품에 남아 있던 대면 판매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화상 통화를 통한 복약지도를 조건으로 2025년 이후엔 환자가 약국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약을 구입하고 배송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미 2014년부터 시판약으로 불리는 일반의약품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작년부터는 의사 처방전이 있으면 전문의약품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2025년부터는 록소닌 종합감기약,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제, 요실금 개선제 등 대면 판매 의무가 남아 있던 일부 의약품에 대한 규제까지 풀기로 한 것이다. 일본은 원격의료도 전면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때 도입된 ‘온라인 진료 특례조치’의 항구화를 2021년 공표한 데 이어 지난해엔 ‘초진은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는 조항도 삭제했다.

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가 온라인 혁신 플랫폼 성장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일본과 우리 현실을 비교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국회의 의료법 개정안 논의는 중단돼 있다. 비대면 진료 확대에 필수적인 약 온라인 배송 역시 기대 난망이다. 의사·약사 등의 직역 이기주의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눈치 보기, 정부의 의지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는 사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고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경쟁국보다 막강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춰 놓으면 무슨 소용인가. 규제를 풀지 않으면 국민 편익 증진도, 혁신 스타트업 성장도 그저 이웃 나라의 부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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