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시장 '다크호스'로 부상한 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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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용기면 판매 상위권 차지편의점 GS25가 최근 출시한 자체브랜드(PB) 라면 ‘팔도 점보 도시락’과 ‘공간춘 쟁반 짬짜면’이 연타석 홈런을 치며 라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 상품은 매장 입고 당일 족족 완판(완전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GS25 운영사 GS리테일은 지난 21일 신제품 ‘유어스 면왕’을 내놓는 등 PB 라면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점보 도시락 등 1~3위 휩쓸어
쟁반 짬짜면은 20만개 팔려
고물가에 가성비 라면 수요↑
업계 "상품기획력이 경쟁력 좌우"
○‘빅사이즈 열풍’ 선도
24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PB 라면인 공간춘 쟁반 짬짜면과 팔도 점보 도시락,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이 전체 130여 종의 용기면 상품 중 매출 1~3위를 차지했다. 지난 2일 선보인 공간춘 쟁반 짬짜면은 출시 3주 만에 20만 개가 팔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달 1~23일 전체 용기 면 매출 중 PB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32.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GS25의 PB 라면 열풍을 이끄는 것은 지난 5월 말 라면회사 팔도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출시한 점보 도시락이다. 기존 팔도 도시락보다 8.5배 크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출시 반년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 개, 매출 70억원을 넘어섰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빅사이즈 열풍의 주역”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레시피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려 전국을 훑고 있다. 매주 금요일 부산 기장, 전남 해남 등 남부 해안은 물론 제주도 울릉도 같은 섬까지 가리지 않고 돌아다닌다.PB 라면으로 출시할 만한 메뉴를 발견하면 식당 주인과 협상해 대표 메뉴를 간편식으로 출시하기 위한 계약을 하고, 레시피를 전수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상품기획자(MD) 한 명이 1년에 200곳이 넘는 식당을 찾아다닌다”며 “지역 맛집의 레시피를 활용하면 기존 생산 시설이나 기술만으로도 신제품을 빠르고 다양하게 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PB 상품이 실적 좌우
GS리테일이 PB 라면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직접 상품을 기획한 뒤 제조업체에 생산만 맡기는 PB 상품은 물류비 광고비를 최소화해 일반 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몇백원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PB 제품으로 몰리는 추세다.GS리테일 편의점 부문의 작년 영업이익은 2191억원으로 전년(2140억원) 대비 2.3% 늘었다. 올해 1~9월 누적 영업이익은 1658억원으로, 이런 추세면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맛집 레시피를 활용한 PB 상품은 SNS에서 입소문만 잘 타면 대박이 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주 고객인 10~30대 젊은 층 소비자는 ‘핫’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취향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점포 입지보다 상품 기획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며 “PB 상품 주도권을 둘러싼 편의점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