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최고경영자(CEO)가 받는 인센티브는 논란거리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CEO가 거액의 급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사실 고액 연봉은 CEO의 자질 자체와는 큰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CEO 보수의 목적은 사후 보상이 아니라 사전 통제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의사 결정자로서 CEO가 회사의 이익을 크게 해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끔 철저하게 설계된 결과물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회사에서 축출당했다가 복귀하는 과정은 인센티브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을 때 기업 거버넌스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Holman W. Jenkins, Jr. WSJ 칼럼니스트
오픈AI는 안전한 AI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했다가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그런데 CEO인 올트먼이 오픈AI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걸 두고 외부에서는 의아해했다. 오픈AI의 이익과 올트먼의 이익을 일치시켜주는 인센티브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옛 이사회가 AI의 부상을 가속화하기 위해 올트먼이 기획한 각종 시도를 100% 신뢰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인센티브 구조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불확실한 인센티브의 문제점
오픈AI의 지배구조도 문제였다. 이 문제는 오픈AI뿐 아니라 다른 비영리 단체와 대학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인센티브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집단의 이사회에는 여론에 휘둘리는 구성원이 많아진다.오픈AI는 이익 추구보다 AI가 인류에 도움이 되는 걸 우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상적인 헌장을 갖고 있다. 의미 없는 말이다. 포드자동차 창립자인 헨리 포드는 차 자체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사회가 차 때문에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까지 결정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AI의 미래는 기업과 정부, 소비자, 정치인, 규제당국의 손에 달려 있다.
오픈AI의 옛 이사회 역시 AI의 미래를 통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다. 대신 올트먼을 해임해 순식간에 조직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영향력은 있었다.올트먼 해임에 앞장선 인물로 알려진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바까지 공개적으로 반성했다. 900억달러(약 117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붕괴할 가능성 앞에서 옛 이사회의 이상주의는 힘을 잃었다.
이 사태의 최대 승리자로 꼽히는 MS는 올트먼을 포함한 인력을 채용하는 방법으로 인수 자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오픈AI를 사실상 집어삼킬 수 있었지만, 너그럽게도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기업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
이번 사태는 CEO가 받는 인센티브를 잘 설계하는 게 기업 거버넌스의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온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언론은 CEO 보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주장에 더 귀 기울여 왔다. 인센티브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였다.기술 전문 애널리스트인 벤 톰슨은 이번 오픈AI 사태를 통해 영리법인이 회사를 조직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것이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는 챗GPT가 아직도 따라잡지 못한 인간의 통찰력이다.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Capitalism Works, Says ChatGPT’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