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못 부르는 외국인…IT강국의 그늘

K열풍에 관광객 늘지만…韓 IT서비스서 '소외'

사이트 온통 한글…앱 깔아도 '인증의 벽' 못 넘어
"한국 친구 없으면 공연표 못 끊고 식당 예약 못해"
택시 호출, 식당 예약 등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이뤄져 온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체류 외국인은 이 같은 디지털 전환(DX)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어의 장벽은 물론 휴대폰 번호 기반의 본인 인증과 결제 수단 제한 등 다양한 허들이 존재한다는 게 외국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65만 명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1750만 명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급감한 뒤 다시 회복 중이다. 올해는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BTS를 비롯한 K팝과 ‘오징어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K컬처의 열기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연결해 내년 2000만 명, 2027년 3000만 명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개인 관광이 늘면서 택시 호출, 식당 예약, 공연·전시 예매 등을 개별적으로 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은 손쉽게 할 수 있는 본인 인증의 장벽을 넘지 못해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010’으로 시작하는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어 식당 대기 등록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우버X’와 같이 해외에서 보편화한 승차공유 서비스는 한국에서 아예 법적으로 금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도 쓸 수 있다고 홍보하는 서비스가 많지만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게 많다”며 “관광 콘텐츠 개발은 물론 외국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