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 "시간끌기용이면 존재 의미 없다"

김기현 버티기에 거듭 압박

사퇴설 돌던 혁신위원 3명 "혁신안 받아들여야" 촉구
지도부·친윤, 험지 출마·불출마 권고에 여전히 침묵
여론은 '인요한 잘한다' 42% vs '김기현 잘한다' 26%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시작된 국민의힘 혁신 작업이 한 달 만에 동력을 잃고 있다. 김기현(왼쪽) 지도부는 험지 출마, 불출마 권고 등 혁신위원회가 꺼낸 혁신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혁신위에선 운영 방향을 놓고 내분이 일어나 ‘혁신위원 사퇴설’까지 불거졌다. 지도부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혁신위 활동이 표류할 경우 김 대표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분 조짐 보이는 혁신위

24일 복수의 혁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혁신위원들은 전날 회의에서 혁신위 운영 방향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중 2호 혁신안인 ‘당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에 대한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가 3주 넘게 수용되지 않은 것을 두고 견해차가 컸다고 한다.일부 혁신위원은 “외부에서 ‘혁신위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위 혁신이 더 가열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지도부에 더욱 세게 혁신안 수용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혁신위원들이 “우리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마찰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차 권고하더라도 정치적 화법이나 타이밍을 조금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박소연·이젬마·임장미 등 혁신위원 세 명이 회의 직후 인요한 혁신위원장(오른쪽)에게 사의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사퇴설에 휘말린 세 혁신위원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혁신안을 적극 받아주지 않아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건 맞지만 사퇴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혁신이라는 건 안건을 내는 걸 넘어 수용까지 갔을 때 완성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인 위원장이 세 혁신위원과 오찬을 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이들은 혁신위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시간 끌기용’으로 쓰인다면 존재 의미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추가 논의 후 다음주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당 최고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보낼 예정이다.

○불출마·험지 출마에 여전히 침묵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가 인 위원장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를 외면하면서 혁신위 조기 해산론까지 나온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 중 지도부가 수용한 것은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가 전부다. 지도부는 도리어 23일 새 최고위원을 경찰 출신 TK인 재선의 김석기 의원으로 채우며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인요한 혁신위’의 수명이 다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도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 대표는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공식 안건으로 보고할 것’이란 혁신위 발표에 대해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25일 지역구인 울산에서 의정보고회를 여는 것과 관련해선 “울산은 내 지역구이고, 내 고향인데 울산에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강조한 만큼 혁신위 조기 해산이나 사퇴는 김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이라며 “혁신을 거부한 대표를 앞세워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느냐”고 했다.이날 한국갤럽은 21~23일 조사한 결과 인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42%로 나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2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선 65%, 민주당 지지자는 31%가 인 위원장을 긍정 평가했다. 갤럽은 “무당층과 중도층에서 여야 대표보다 인 위원장을 더 좋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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