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 찍힌 바이든…승률 80% '트럼프 2.0시대' 오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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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2% 물가' 시대 / 美증시 주간전망대전환의 시기입니다. 시간을 10월 초로 되돌리면 지금과 양상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참극의 현장으로 돌변한 가자지구에서 휴전은 상상도 할 수 없던 때입니다.
'운명의 날' 28·30일…휴전 연장, OPEC+, PCE 발표
"금리인하 불가" 쐐기 박나…1일 파월 발언도 주목
한 달 전만 해도 긴축 종료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인상 신호가 여전했기 때문입니다.이른바 '트럼프 2.0' 시대도 거론하기 힘들었습니다. 현직 프리미엄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트럼프 2.0시대'를 대비해야할 지 모릅니다.
한 달만에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세상은 급변했습니다. 불완전하기는 해도 가자지구는 일시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끈끈하던 석유 카르텔 OPEC+에 균열이 생겨 고유가 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습니다. 무엇보다 긴축 종료를 넘어 이제는 금리 인하까지 상상하고 있습니다. 대망의 부산 엑스포 축포(28일)를 터트리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갑자기 도래한 대전환의 시기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입장 뒤바뀐 바이든-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났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자 탄력 받는 모양새입니다. 본인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보다 바이든의 '나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여론을 쌍수들어 환영하고 있습니다.11월 들어 실시한 내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률은 80%가 넘습니다. 전달만 해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나름 팽팽했습니다. 그러나 한달 새 트럼프의 기세가 매섭습니다. 본래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이 유리합니다. 시쳇말로 똥발만 차지 않으면 이깁니다. 역사적으로 대선 1년 전 여론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은 평균 10%포인트 차로 앞섭니다. 그래서 현직 대통령이 속해 있는 당에선 대선 후보 경선도 아주 늦게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번엔 다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을 1도 갖지 못한 채 대선 레이스를 본격 시작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런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있었던가요. 있습니다. 바로 상대인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프리미엄 하나 없이 대선을 경험했거나 곧 경험할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입니다. 계급장 다 떼고 '리턴매치'를 하는 게 바로 바이든 대 트럼프의 2024년 대선입니다.
사뭇 다른 두 개의 전쟁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밀리는 건 단순히 바이든의 고령 때문만은 아닙니다.중도층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가장 중요한 변수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들에겐 나이 못지 않은 다른 요인 때문에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습니다.
첫째 요인은 전쟁입니다. 최근 들어 연령대별로는 20대 젊은층들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또 아랍계 같은 이민자들이 바이든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친 이스라엘' 정책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이스라엘보다는 팔레스타인 난민 쪽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습니다. 강자보다는 약자, 전쟁보다는 평화에 좀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반전 평화 시위가 곧 반(反) 이스라엘 시위와 동일시되고 있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반감도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에서 더 강한 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 땅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던 당시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 때는 이스라엘이 중동 국가들의 협공에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또 미국에 아랍계 이민이나 난민들이 거의 없던 때입니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내 유권자 중엔 아랍인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또 다릅니다. 강자와 약자 프레임으로 보자면 미국인들 대부분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편을 들어도 지지율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 편에 서면 잃는 표가 적잖이 생깁니다.
주적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러시아 중국 모두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을 바꿔 "누가 더 싫으냐"고 물으면 정당별 지지층별로 온도 차가 납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주적은 러시아입니다.이에 비해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에게 주적을 물으면 러시아보다 중국을 먼저 꼽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미국이 각각 지원하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또한 미국에서 전쟁은 이제 인기없는 소재입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변수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집토끼들이 바이든과 척을 지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점점 사는게 빡빡해지자 미국인들도 국제 정치보다는 국내 정치와 경제에 더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최후의 보루로서 미국의 참전과 지원을 예전처럼 반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낸 세금을 나에게 쓰라는 요구가 거셉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그렇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인질만 풀리면 "휴전을 하라"고 이스라엘을 더 압박할 전망입니다.
그에 비해 트럼프나 공화당은 휴전에 급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수록 선거에서 유리합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휴전은 하마스에만 유리하다"며 휴전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역학구도와 무관치 않습니다.
'외화내빈'으로 인식되는 미국 경제
밖에서 보면 미국 경제는 강합니다. 기준금리를 그렇게 올려도 미국 노동시장과 소비는 건재합니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유럽이나 국가부도 상태에 있는 일부 국가들에 비해 먹고 살기 부족함이 없습니다.그러나 미국인들에게 비교 대상은 다른 나라가 아닙니다. 이전의 미국에 비해 좋아졌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든 경제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비해 내 소득이 그만큼 늘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고정금리 대출로 인해 대출이자가 늘지 않는 것에 안도하기보다는 집값이 너무 올라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못가는 것만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대비 4.9%(연율 기준)라는 건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실업률이 3%대로 역사적 저점이라고 해도 소구력이 약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드노믹스'라고 열을 올려 홍보해도 미국인들에겐 큰 울림이 없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때가 더 좋았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젠 먹히지 않는 경제 성과 홍보는 그만두고 트럼프 공격으로 전환할 태세입니다. 민주당이 지난 7일 미국의 일부 주 선거에서 재미를 봤던 낙태 이슈를 재점화시키면 상황은 또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예측불허 저유가 시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해온 원유 감산도 이르면 내년 초면 약발이 다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아무리 산유국이 아니라지만 중동 지역 전쟁은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러나 전쟁 이후 1주일 정도 유가가 상승하다 한 달 이상 떨어지고 있습니다.견고했던 산유국 카르텔도 깨지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계속 감산하고 싶지만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문제입니다. 사우디 경제는 역성장 중입니다.
OPEC+ 회원국 중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은 감산 목표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감산 카르텔에 들어가 있지 않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증산에 여념이 없습니다. 원유가격 상한제로 국제유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러시아산 원유도 목표량 이상으로 풀리고 있습니다.
회원국마다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인지 OPEC+ 정례회의는 26일에서 30일로 연기됐습니다. 원유 선물시장에선 회원국들이 원래 감산일정대로 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이란과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때문에 실제 원유 공급은 그보다 더 많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저유가는 당연히 인플레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11월 30일에 나오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월 대비로 헤드라인 PCE는 3.1%, 근원 PCE는 3.5%입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나우캐스팅 예상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플레나우의 11월 예상치는 더 고무적입니다. 다음달 12일 발표되는 11월 CPI 전망치는 전월 대비로 0.02%로 "인플레는 끝났다" 수준에 가까워졌습니다. 다음달 22일 공개되는 11월 PCE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동월 대비 2.96%입니다. 이 예상대로라면 인플레가 드디어 대망의 2%대에 들어서게 됩니다.
"인플레에선 우리가 미국보다 낫다"고 자신만만하던 한국이 문제입니다. 30일 오전에 있을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에선 7회 연속 금리 동결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한국이 미국보다 침체 뿐 아니라 인플레도 더 걱정해야할 상황이 됐습니다. 이어 모든 걸 보고 난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일에 공개석상에 섭니다.
대전환 시대 생존법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 끝나면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더 압박해 추가 인질 석방 협상을 하고 나아가 휴전에 이르길 원합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휴전은 없다"며 다시 하마스 지휘부 파괴에 더 열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란과 다른 무장정파들은 확전 운운하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할 공산이 큽니다.인플레가 잦아들어 긴축 종료에 대해선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시장은 벌써부터 금리 인하 기대에 빠져 있습니다. UBS와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 중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좀 더 보수적인 골드만삭스는 피벗 시기를 내년 9월쯤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전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더 많은 방위비를 거둘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어찌됐든 바이든 행정부보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뒷전으로 둘 공산이 큰 건 사실입니다. 그나마 '트럼프 2.0' 시대보다 '물가 2% 시대'가 먼저올 확률이 높은 게 다행으로 여겨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좋건 싫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는 게 상책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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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