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법원, 인권 변호사 2명 항소 기각…징역 12∼14년 확정

인권 운동 주도 쉬즈융·딩자시에 '국가 정권 전복죄' 적용
가족 "변호사 접견 금지·판결문 미공개 등 재판 과정 부당"

'국가 정권 전복' 혐의로 기소된 중국의 저명 인권 활동가 쉬즈융(50)과 딩자시(55) 변호사가 제기한 항소가 기각돼 각각 징역 14년형과 12년형이 확정됐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25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어 인권 사이트 웨이취안왕을 인용, 산둥성 린수현 인민법원이 전날 두 사람의 항소를 기각, 징역 14년과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은 2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항소심이 최종심이다.

이에 따라 쉬즈융은 2034년 2월, 딩자시는 2032년 3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쉬즈융은 이날 법정에 도착해 "날이 곧 밝을 것이며 공산당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소리 지르다 제지당했고, 법관이 판결문을 낭독할 때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두 사람의 항소심 재판은 산둥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진행됐지만, 1심 판결을 했던 린수현 인민법원이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딩자시의 부인 뤄성춘은 "항소심의 판결도 1심과 같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에 대한 변호인 접견과 법정 진입이 불허됐으며, 판결문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법 당국이 법을 알면서도 고의로 위반한 것이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비난했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쉬즈융과 딩자시는 중국 공무원의 재산 공개, 재산 형성 과정의 투명성 제고, 중국 공민의 헌법에 명시된 권한 행사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법학박사 출신인 쉬즈융은 2003년 쑨즈강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려 수용시설로 끌려간 뒤 폭행당해 숨진 것을 계기로 '신공민 운동'이라는 인권단체를 결성, 철거민과 농민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지원과 공익소송을 주도했다.

그는 부패 근절과 사형제 반대 운동을 펼치다 2013년 공중 소란 혐의로 체포돼 4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그는 딩자시와 함께 2019년 12월 푸젠성 샤먼시에서 열린 인권 집회 참석 후 이 집회 참석자 20여 명과 함께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채 구금돼 조사받고 재판에 회부됐다.

린수현 인민법원은 지난 4월 쉬즈융과 딩자시에 대해 '국가 정권 전복죄'를 적용, 각각 징역 14년과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소는 폴커 투르크 인권최고대표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도록 한 국제인권법 기준에 어긋나는 판결"이라며 "중국 내 표현·결사·집회의 자유를 지킬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인권 운동에 대한 탄압에 나섰으며, 2015년 7월 9일부터 약 250명에 달하는 인권 변호사와 시민운동 활동가들을 국가 정권 전복 혐의 등으로 체포한 이른바 '709 검거'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