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문을 돌아 길가 외딴 우물에 윤동주문학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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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구은서의 '책이 머무는 집'
서울 청운동 3-100
윤동주문학관
버려져있던 청운수도가압장 물탱크에
윤동주 詩세계 담아 2012년 개관
고국의 운명 앞에 고뇌하던 시인이자
재봉틀로 나팔바지 만들어 입던
꿈 많던 청년 윤동주를 만날 수 있는 곳

일제강점기 한글로 시를 쓴 청년 시인 윤동주, 부끄러움의 미학을 보여준 시인,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단 한 권만을 남긴 천재 시인…. 한국에서 학교 다닌 사람이라면 그의 생애는 물론 시 몇 편도 알고 있을 테지요.하지만 서울 청운동 윤동주문학관에 가보면 윤동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재봉틀로 직접 나팔바지를 만들어 입을 정도로 손재주 좋은 청년이었다는 것도, 그의 어린 시절 이름이 '해처럼 빛나라'는 뜻을 담은 '해환'이었다는 것도 이곳에서 처음 알았어요.
창의문(자하문). 조선시대 한양의 관문이었던 이 문은 서울 북악산과 인왕산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지요. 서울 도심답지 않게 고즈넉한 창의문 인근 자락에 윤동주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윤동주는 소설가 김송의 누상동 집에서 하숙 생활을 했는데, 종종 인왕산에 올랐다고 하고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생각해보세요. 우물 속을 들여다 보면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시인에게 우물은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었고, 순수했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통로와도 같았어요.
이소진 건축가가 리모델링한 윤동주문학관은 2012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2014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등을 받으며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았습니다. 2018년에는 건축 전문가 100인이 뽑은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20선' 중 하나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발길을 돌리기 아쉬운 분들께는 윤동주문학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환기미술관'도 함께 둘러보기를 권합니다. 한국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는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표지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죠. 환기미술관은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 작가가 세상 떠난 남편을 위해 지은 가장 정성스러운 집입니다. 높은 층고, 잘 계산된 채광은 오롯이 김환기의 작품을 제대로 전시하기 위해 준비돼 있습니다. 그러니 환기미술관까지 둘러보고 나면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질 수밖에요.
또 시인 윤동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이라면 연세대 캠퍼스 내에 윤동주기념관 역시 가볼 만합니다. 단, 연세대 교직원이나 재학생, 동문 외에는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윤동주문학관
서울 청운동 3-100
화~일 10:00~18:00
(13:30~14:00 휴게시간)
입장마감 17:3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