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란봉투법의 헌법적 문제점에 대하여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개정안은 기존에 발의된 11개 법안의 대안으로, 불법파업을 폭넓게 정당화한 내용을 상당히 덜어냈다는 점에서 원안보다는 개선됐다. 그러나 남은 문제도 적지 않다.

핵심은 사용자 개념 및 노동쟁의 대상의 확장에 있다. 법안 2조2호에 2문을 추가해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봄으로써 사용자 범위를 확장했고, 5호에서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장했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의 주체로 볼 수 있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비록 대법원 판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론의 하급심 판결도 있다. 그러나 법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첫째,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매우 불명확하다. 그로 인해 본인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 될 수 있다. 둘째,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자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외국인투자자도 포함된다. 이들을 사용자로 보고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 3권의 본질을 벗어난다.

셋째, 특별요건 해당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노조가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을 크게 확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은 충분히 고려됐는가. 넷째, 원청기업이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이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입법 목적은 하청기업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겠지만, 원·하청 기업의 경영권 침해 문제뿐만 아니라 원청기업이 하청을 기피해 오히려 하청기업 근로자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아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임대차 3법을 보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종업원을 키오스크 등 기계로 대체해 최저임금 일자리마저 줄었는가 하면, 임대차 3법으로 임대인들이 임대를 기피하면서 전세난이 심화돼 임차인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왜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대상을 확장하려는가? 정당성 여부에 대한 고민 없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핑계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의 연장선상에서 원청기업의 책임을 확장한다는 것이 나름 일관성 있는 변명일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도 위헌 논란이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법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도 마찬가지다. 하청기업 근로자의 열악한 상황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해결을 위해 원청기업 등 다른 쪽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인지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풍선효과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원청기업이 하청을 기피하거나 하청기업 노조의 성격에 따라 하청기업을 선별하는 태도를 보이게 되면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더욱 힘들어진다. 민주당은 이런 모든 문제를 충분히 숙고하고 법안 통과를 강행했는가? 우려대로 풍선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