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컬처 열풍과 따로 노는 '관광 갈라파고스' 실태

K컬처 열풍에 해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택시 호출, 길 찾기, 식당 예약 등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는 형편없다는 한경 보도(11월 25일자 A1, 3면)가 나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 관광산업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관광 인프라 미비는 해외 관광객 재방문율이 높아지지 않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보기술(IT) 발달로 해외 어디를 가도 여행이 편리해진 세상이다. 이에 기여한 대표적인 서비스를 꼽자면 우버와 구글 맵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보편화한 두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다 보니 ‘관광 갈라파고스’란 지적이 나온다. 세계 70개국 1만5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의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는 한국에서 법적으로 차단된 상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택시가 아니라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승객을 태우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한국에선 우버 대신 ‘우티’를 이용할 수 있다. 우버가 티맵모빌리티와 공동 설립한 조인트벤처(JV)인 우티가 제공하는 택시 호출 서비스다. 하지만 가맹 택시가 적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다는 단점 등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1위 지도 앱 구글 맵도 한국에선 정밀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친다.엉터리 영어 안내도 해외 관광객들이 애로를 겪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 미국인 관광객이 육회를 먹으러 광장시장에 갔다가 한참 헤맸다는 토로와 함께 ‘육회’를 ‘six times’로, ‘곰탕’은 ‘bear thang’이라고 표기한 엉터리 한식 메뉴판이 화제가 됐을 정도다.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 인공지능(AI) 챗봇에 ‘한 시간에 얼마냐’고 영어로 묻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65만 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연간 기준 1000만 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2000만 명, 2027년 3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교통, 숙박, 영어 등 기본적인 서비스 인프라조차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지 못한다면 이런 목표 달성은 요원할 것이다. K컬처의 위상에 걸맞은 관광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는 등 범정부적 각성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