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자재값 급등에 멈춰서는 현장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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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악화 건설사 급증부산 동구에서 진행 중인 700여 가구 규모의 재건축 현장은 지난달 분양을 앞두고 모든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건설사가 인건비와 자재값 상승으로 당초 조합과 맺은 공사비로는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건설사와 조합은 공사비 협상을 진행했지만, 입장차가 커 언제 사업이 재개될지 안개 속이다.
"공사비 올라 공사할수록 손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공사비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짓누르는 공사비 부담에 상당수 사업장이 멈춰 서거나 건설업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수익이 크게 악화하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현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의미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5년 만에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113.97이었던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까지 비슷한 수준인 121.8을 유지하다 2021년 138.89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148.56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 잠정치는 153.67까지 확대됐다. 약 5년 만에 건설공사비지수가 39.7포인트(34.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은 더 가파르다. 레미콘 가격은 2020년 말 ㎥당 6만7000원에서 이달 9만원 선으로 치솟았다. 철근은 2020년 말 t당 67만1000원에서 지난 6월 말 98만5000원으로 상승했다.충북의 한 중소 시행사 A사가 한 대형 건설사와 계약한 공사비는 3.3㎡당 2021년 405만원이었으나 작년에는 520만원으로 뛰었다. 지난 9월 분양 현장에서는 575만원까지 올랐다. 2년 동안 상승률이 41.2%에 이른다.
공사비가 급등한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 사업장의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의미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비용은 토지비와 공사비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거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9월 발간한 ‘부동산신탁사 참여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신탁사가 추진하는 사업장 중 공사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사업장은 전체 70곳 중 26곳으로 37.1%에 달했다. 세 곳 중 한 곳은 공사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악화했다는 얘기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3.3㎡당 공사비가 최근 700만원 선까지 치솟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공사비 상승 폭은 1.5배를 웃돈다”며 “분양시장 침체로 공사비 증가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없어 자금 흐름이 꽉 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김소현/서기열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