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車 부활…테슬라 울고 도요타 웃고

전기차 수요 위축에 '희비'

세계 車 1위 목표 멀어진 테슬라
수익성 악화…"머스크 시험대"

시장 변화를 기회로 잡은 도요타
3분기 친환경차 판매 20% 급증
"내년 하이브리드 캠리로 美공략"
사진=연합뉴스
2030년까지 일본 도요타그룹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목표가 난관에 부딪혔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도요타가 주력했던 하이브리드카(내연기관과 배터리를 동시에 장착한 차량)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린 도요타는 다시 하이브리드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카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의 인기에 밀린 듯했던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올 들어 급증하며 머스크의 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리서치업체인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미국에서 약 49만350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도요타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도요타와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같은 기간 45만5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Y 크로스오버 판매량은 이 기간 도요타의 베스트셀러 캠리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가격을 대폭 낮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기업과의 경쟁 심화, 전기차 수요 위축에 대응해 지난해 말부터 세계에서 자사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 WSJ는 최근 테슬라의 모델3 세단 가격이 캠리보다 저렴해졌다고 전했다. 그 결과 테슬라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했다.문제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장기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예전처럼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차 충전소의 부족, 안전 우려도 단점으로 꼽힌다. 머스크는 3분기 테슬라 실적 발표 이후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도록 유도하기 훨씬 어렵다”며 수요 부진 우려를 내비쳤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신규 투자 계획을 줄줄이 재조정했다.

하이브리드카 덕에 도요타 웃지만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보다 싼 데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높다. 도요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이브리드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 봄 미국 시장에서 차세대 캠리를 하이브리드카로만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올인’에 뛰어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속도 조절에 나서며 도요타의 분산 투자에 관한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 회장은 최근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사람들이 마침내 현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2024회계연도 상반기(2023년 4~9월) 세계 신차 판매량은 517만2387대로 역대 최대치를 썼다. 하이브리드카의 성장세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성공을 거뒀고,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 전기차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랐고, 도요타는 지난 3월 엔지니어 출신인 사토 고지 CEO가 취임하며 전기차 전략 강화에 나섰다.순수전기차(BEV)만 생산하는 테슬라의 신차 판매량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테슬라의 신차 인도량은 132만4074대로, 도요타 판매량(1048만3000대)의 약 12%에 그쳤다.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 수요가 회복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완성차 기업은 가격대를 대폭 낮춘 저가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2만5000유로(약 3600만원)대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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