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라도 더…총수들, 182개국 대표 '전담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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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치 막판 총력전‘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 집결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이재용, 주말에도 회원국 접촉
최태원, 열흘간 2.2만㎞ 비행
정의선, 20개국 만나 지지 요청
구광모, 아프리카·폴란드 공략
신동빈 '부산 전도사'로 종횡무진
판도는 초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려 열세였지만 추격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8일 BIE 총회에선 182개 회원국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한국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중 2030년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된다.
“경쟁국 장관들이 하는 일 맡아”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등은 공식 행사가 없는 주말에 총수들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BIE 회원국을 접촉해 표심 얻기에 올인했다.특히 총수들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팀을 꾸려 경합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사우디 사이에서 고민하는 회원국들을 중립과 지지, 비(非)지지 등으로 나눠 각국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공략했다. 182개 BIE 회원국 가운데 삼성은 가장 많은 31개국을 전담하고 있으며 SK가 24개국, 현대차가 20개국, LG가 10개국을 나눠 맡았다. 현지에 나가 있는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쟁 상대인 사우디는 4명의 장관이 파리에서 맡고 있는 일을 우리는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뛰는 중”이라고 전했다.
총수들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끄는 정부와 ‘원팀’을 이뤄 총회 직전까지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파리에 거주…매달 해외 출장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부터 BIE 본부가 있는 파리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 이를 거점으로 파리 주재 BIE 대사를 만나고, 유럽 국가는 물론 중남미까지 돌며 유치 활동을 벌였다. 지난 13일부터 열흘간 방문한 국가만 총 7개국으로, 비행 거리는 2만2000㎞에 달한다. 다리가 부러진 와중에도 ‘목발 투혼’ 유치전을 벌이고, 급하게 잡은 출장으로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재용 회장은 1월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동행을 시작으로 일본(3월), 중국(3월), 미국(5월), 프랑스·베트남(6월) 등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올 들어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7월엔 엑스포 유치전의 ‘캐스팅 보트’로 통하는 태평양도서국을 돌았다.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결심공판 직후에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영국 런던을 찾아 힘을 쏟았다.
정의선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엑스포 유치지원전담조직(TF)을 꾸리고 전방위 지원 활동에 나섰다. 정 회장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찾은 나라만 체코, 슬로바키아, 미국, 인도네시아, UAE, 프랑스, 베트남, 인도 등 20여 개국이다. 특히 미국 출장에선 주미 한국대사와 함께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 12개국 주미대사를 만나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방문해 부산을 알리고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0월에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고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신동빈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한 뒤 파리로 이동,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했다. 롯데그룹의 실질적 연고지가 부산이어서 신 회장은 그동안 ‘부산엑스포 전도사’를 자처했다.
한국 주요 기업들도 총수와 발맞춰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의 주요 도시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알리는 옥외광고와 택시, 버스 등을 운영하며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지원 사격했다.
김재후/김일규/김익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