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김규현 국정원장 등 수뇌부 사실상 경질(종합2보)

원장 및 1·2차장 사표 즉각 수리…계속된 조직불안 '문책성' 해석
신임 1차장 홍장원·2차장 황원진…1차장이 당분간 원장 대행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인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교체했다. 국정원 내부 인사 잡음과 관련해 이미 경질설이 돌았던 권춘택 1차장, 그리고 김수연 2차장도 함께 교체됐다.

국정원 1차장은 해외, 2차장은 대북 관련 분야를 담당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과 1·2차장 사표를 수리했다고 대통령실이 발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영국·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사의를 표했으며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후임 국정원장을 당장 지명하지 않는 대신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 공사를 임명해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겼다.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이 임명됐다. 홍 1차장은 육군사관학교 43기 출신으로 국정원에 일찌감치 입직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병호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맡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황 2차장은 국정원 내 대북정세 분석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신임 1, 2차장 모두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중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신임 1, 2차장에 대해 "해외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수뇌부 중 과학기술, 사이버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백종욱 3차장과 조직·예산·인사를 담당하는 김남우 기획조정실장은 유임됐다.

정치권과 정보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국정원장 교체가 사표 수리 형식을 갖췄지만, 경질 성격을 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국정원 수뇌부를 모두 교체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국정원 인사 관련 잡음이 여러 차례 불거진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김규현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번 인사 배경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우방국간 정보 교류·협력이 어느 정도 자리잡힘에 따라 북한 위협에 대응할 정보수집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만 정보기관 수장을 오래 비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