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세회피와의 전쟁에…新먹거리 된 '세금분쟁 보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각국 정부가 다국적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단속하겠다고 나서면서 세무당국과의 세금 분쟁에 대비한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보험 중개인과 보험업체에 따르면 세금 보험에 가입하는 기업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세금 분쟁 패소 판결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 자금도 급증해 2023년은 세금 보험의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세청과의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10억달러 이상의 세금 납부를 보장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세금 분쟁 보험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보험사들도 급증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회사가 급증하면서 관련 보험료는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납세 기업들의 우려와 달리 보험회사들은 세무 당국의 추가 세금 징수 조치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빌 켈로그는 "각국 정부들이 예산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납세자들의 (승리) 입장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법인 납세자 등에 대한 감사를 집행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수천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다국적 기업들에 15%의 최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데 합의한 뒤 회원국 정부들은 기업들의 조세 회피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각종 신규 입법에 나서고 있다.

세금 보험은 과거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으로 도입된 보험 상품이다.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공제를 보장하는 등의 용도로 처음 활용됐었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조세 회피 단속 움직임에 따라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FT는 "법인 납세자들은 보험 가입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투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보험 중개사 마쉬의 마크 맥티그 세금 보험 전문가는 "세금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보험사 수가 6년새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 풀린 세금 보험 보장 요청 건수는 올해 10개월간 총 88건으로,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총 71건이었던 것에 비해 급증했다"며 "2020년 대비로는 2배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