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고공행진…아시아 시장도 훈풍 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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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며 아시아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올 들어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요동치던 증시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 안착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증시 강세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포 잦아드니 늘어나는 투자 수요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월가에서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VIX) 지수는 지난 24일 전장 대비 0.34(2.66%) 하락한 12.46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창궐 초기인 2020년 1월 이후 최저치다.
VIX 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나타낸 지수를 의미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옵션 수요가 증가해 옵션 가격이 높아진다.

VIX 지수는 시장이 불안하거나 급락할 때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공포 지수라고도 불린다. 상승장보다 하락장일 때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 20을 넘겼던 VIX 지수는 이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임시 휴전으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어서다.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Fed의 향후 행보가 가시화되면서 변동성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지수(CPI), 실업률 등이 발표될 때마다 증시가 요동쳤다. Fed의 통화 정책이 급변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미국 경제도 반등하면서 금리 인하론이 확산했다. Fed가 더는 통화 긴축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시장에 자리잡은 것이다.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미국 증시는 이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 지수는 11월 초부터 24일까지 8.7% 상승했다. 11월 월간 기준으로 S&P500이 8% 이상 상승한 것은 1928년 이후 10회뿐이었다. 나스닥 지수는 9.1% 치솟았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5%포인트 하락한 연 4.485%를 기록했다.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미국 내 투자 수요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금성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 15일 기준 5조 730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최대치를 찍었다.
MMF 규모는 1년 전 4조 6400억달러에서 1조달러 가량 늘어났다. 투자기업연구소는 이 현상을 두고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매수하기 위한 준비자금을 MMF에 예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과 채권을 매수하기 전에 단기 금리 혜택을 보기 위해 MMF에 투자금을 넣어놨다는 설명이다.

美 증시 호황, 아시아로 번질까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아시아 시장에도 훈풍이 불어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증시 강세를 기반으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수요도 덩달아 뛸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투자를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증시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개발도상국 투자를 헤지할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조셉 카푸르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의 낮은 변동성과 연착륙 기대감에 따라 투자 수요가 신흥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특히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에 여유가 생기며 여유 자본을 개발도상국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아시아 시장 전체가 침체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미국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더라도 중국의 침체가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10월 규모 이상 공업기업(연 매출 2000만위안 이상인 공업기업)의 이익 총액이 6조1154억위안(약 11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픽스텟 자산운용사의 동 첸 아시아 분석 책임자는 "10월 공업기업 이익 수치는 여전히 중국 경기가 반등 모멘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침체를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