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율 높아지자 '거짓 해명'…KT의 무리수 [정지은의 산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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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해지율 순위 바뀌자“LG유플러스의 해지율이 낮아진 이유는 저가형 사물인터넷(IoT) 가입자를 늘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무근’ 이유 들어 LG유플 폄훼
KT는 지난 24일 통신 3사의 이동통신 해지율 순위가 뒤바뀐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 3분기 해지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는 KT(1.2%)이고, LG유플러스가 1.05%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한 직후였다. SK텔레콤은 0.9%로 ‘늘 그렇듯’ 가장 낮은 해지율을 이어간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의 위치만 바뀌었다.‘LG유플러스-KT-SK텔레콤’ 순으로 높던 기존 해지율 순위를 흔든 것은 LG유플러스다. 전 분기 해지율은 SK텔레콤 0.7%, KT 0.9%, LG유플러스 1.16%다. LG유플러스의 해지율이 0.11%포인트 낮아진 데 비해 KT의 해지율은 0.3%포인트 높아졌다. 해지율은 높을수록 이용자 이탈이 심하다는 의미다.
KT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논리는 지난 9월 이동통신 가입 점유율이 LG유플러스에 밀렸을 때와 비슷했다. “월 몇백원짜리 저가형 IoT까지 포함한 해지율이어서, 올 들어 IoT를 대거 수주한 LG유플러스에 유리하게 보인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의 해지율 감소가 저가형 IoT 수주 때문이라고 사실상 폄훼한 것이다. 이동통신의 핵심인 스마트폰 가입 해지율만 놓고 보면 KT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사안을 담당하는 KT 커스터머부문은 내부에도 이렇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의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해지율 산정 기준엔 IoT가 포함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의 전월·당월 평균 가입자 대비 해지 건수의 비율로 계산한다. KT가 다른 회사의 산정 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사실처럼 주장한 것이다.KT 측은 잘못된 사실관계를 제시하자, 뒤늦게 또 해명했다. “시장에 특이 상황이 없었는데 LG유플러스 해지율이 크게 낮아져서, IoT 모수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반론이나 해명을 어떤 강도로 얼마나 하느냐는 자유다. 그렇다고 확실하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워 경쟁 회사를 낮추려는 식의 대응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더구나 LG유플러스와 비교하지 않아도, KT 해지율이 전분기(0.9%)는 물론 1년 전(0.8%)보다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해지율을 잘 방어한 다른 회사를 깎아내리는 것보다, 해지율이 높아진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게 우선 아닐까.
업계 관계자는 “당장 경쟁 회사보다 뒤처진 분야가 있다면, 그 부분을 분석하고 정비해 ‘다음’을 기약하는 게 발전적”이라며 “부진한 사업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하려고 한 것은 무리수”라고 꼬집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