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막힌 비대면 초진, 재외국민부터 허용한다

2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서 발표

재외국민 대상 제도화 추진...비대면 진료 합법화 '시동'
재진 중심 시범사업도 연대 개선...의료-약사계 반대가 변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유학생, 해외여행객 등 재외국민에게 우선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제한적인 초진 허용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7층 이상 건물에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비상 발전기로 수소연료전지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저탄소 항공연료 투자에 세제 혜택도 부여한다.

정부는 2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무탄소 에너지, 미래형 모빌리티, 컨텐츠 등 4개 분야에서 20건의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방안의 핵심 내용이다.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선 비대면 진료 합법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우선 재외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 제한을 풀기로 했다. 유학이나 파견, 여행 등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을 비롯해 이중국적을 보유한 재외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행 의료법 상 의사·환자간 비대면 진료는 금지돼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419만명을 대상으로 3786만건의 비대면 진료를 초·재진, 약배송 등 제한 없이 시행한 바 있다. 이후 6월부턴 시범사업 형태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만 가능하고, 초진은 도서지역이나 장애인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비대면 진료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향의 시범사업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초진 허용 범위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일반 기초 지자체 단위로 넓혀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는 초진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경우 처방 받은 약을 타는 입지도 바뀌는 만큼 약사계의 반대도 상당하다.주환욱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기획관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큰 방향”이라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 시범사업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연말까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고쳐 저탄소 항공연료 관련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안도 검토한다. 신성장·원천 기술로 지정될 경우 연구개발비는 최대 40%, 시설투자비는 최대 15%까지 세액을 공제 받는다. 우체국 택배나 물류용 이륜차 등 공공부문 차량을 내년부터 배터리 교환형 전기 이륜차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선 노후 태양광 및 풍력 시설을 최신형 장비로 교체하는 리파워링(성능 개선)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돼온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한다.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의 승강기와 소방설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비상전원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전후에 광고에 대해서는 이미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송출하고 있는 광고일 경우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