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강남순 덕에 더 밝아졌죠…새로운 연기의 길 열린 기분"

천진난만한 '괴력 소녀' 역…"점차 성장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죠"
중학생 때 데뷔해 에미상 수상 배우로 성장…"점점 부담감·책임감 늘어"
2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 만난 배우 이유미는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자마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봐요"라고 묻자, "인터뷰는 해도 해도 새롭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속 천진난만하고 발랄한 '괴력 소녀' 강남순의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유미는 "원래 성격도 밝았는데, 강남순을 연기하면서 한층 더 밝아진 것 같다"며 "조금 더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유미가 연기한 강남순은 모계 유전으로 태어날 때부터 어마어마하게 힘이 센 캐릭터다.
몽골에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와 어릴 적 잃어버렸던 엄마,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세 모녀는 막대한 재력과 괴력으로 범죄를 소탕하며 정의를 실현한다.

이유미는 "통쾌하면서도 찝찝한 구석이 없다는 게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귀여운 히어로 만화책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찾는 과정이 명쾌했고, 히어로가 다 이겨내는 결말이 투박하면서도 시원하게 느껴졌죠."
극중 20년 동안 몽골에서 유목 생활을 하며 자랐고, 아흔살 넘은 한국 출신 교포 할머니에게 한국어를 배운 강남순은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조금 특이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무턱대고 반말하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다. 이유미는 "성인이 어린아이 같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캐릭터를 의심하는 순간 다른 캐릭터가 나와버릴 것 같아서 최대한 편견 없이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믿어보자고 다짐했었다"고 돌아봤다.
2009년 중학교 3학년 때 건전지 CF로 처음 데뷔한 이유미는 단역과 조연을 맡으며 연기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온 배우다.

EBS 어린이 드라마 '미래를 보는 소년'(2010)에서 똘똘하고 명랑한 여자주인공을 맡기도 했지만 이후 주로 폭력성이 짙고 수위가 높은 작품에서 어두운 역할을 맡았다.

맑고 발랄한 외모와 대비되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박화영', '인질', 어른들은 몰라요' 등에 출연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에 출연하며 세계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오징어 게임'과 '지우학' 모두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에 오른 덕분에 이유미는 '두 작품 연속 넷플릭스 1위'라는 기록을 세웠고,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단역상(게스트상)을 받기도 했다.
이유미는 특히 "'강남순'은 제 연기의 틀을 넓혀준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에미상을 받았을 때는 주변에서 다들 축하해주니까,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시간이 좀 지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죠. 그동안 걸어온 길,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면서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도 됐어요. "
이유미는 "연기 생활이 길어질수록 점점 부담감과 책임감, 걱정거리가 느는 것 같다"면서도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든 좋은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