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혁신 촉매제”…ESG 경영혁신 포럼 현장

가 지난 11월 21일 ‘ESG 경영혁신 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포럼은 ‘ESG 대전환시대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택소노미, 공급망, 그린워싱, 탄소 상쇄, 자연자본 등 내년 ESG 분야의 핵심 도전 과제에 대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한경ESG] ESG NOW
2023 ESG 경영혁신 포럼 현장. 사진=서범세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경쟁력의 원천이자 혁신의 촉매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ESG 경영은 공시 표준화, 의무화 물결을 타고 자본시장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지난 11월 21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2023 ESG 경영혁신 포럼’이 개최됐다. 국내 유일의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가 탈탄소 녹색 전환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한 혁신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야심 차게 마련한 이 포럼은 기업 ESG 담당자 100여 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영춘 한국경제매거진 대표는 환영사에서 “이제 ESG를 빼놓고 기업 경영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다”라고 강조했다.
2023 ESG 경영혁신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하영춘 한국경제매거진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이날 포럼에는 국내 최고 ESG 전문가로 손꼽히는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김정남 법무법인 화우 ESG전략그룹장,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 신언빈 ERM코리아 기후변화 총괄 파트너 등이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택소노미, 공급망, 정보공시, 탄소상쇄, 자연자본 등에 내년 ESG 분야 주요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들려줬다.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택소노미로 그린 비즈니스 기회 드러내라첫 강연에서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친환경 비즈니스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택소노미를 강조했다. 분류학을 뜻하는 택소노미는 ESG 경영에서 친환경 사업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6월 그린 택소노미 가이드를 발표하며 6대 환경 목표에 기여하는 녹색 비즈니스를 정의했다. 비즈니스는 택소노미 기준에 충족하는 녹색, 충족하지 못하는 갈색, 그리고 관련 없는 중립 3가지로 나뉜다. EU는 2023년부터 종업원 500인 이상, 자산총액 2000만 유로(284억원) 이상 역내 기업의 택소노미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내셔널 그리드, DHL 등 역내 기업이 택소노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기업은 세 부문에 해당하는 매출액, 자본적 지출(CAPEX), 영업비용(OPEX) 등을 EU 택소노미 기반으로 공시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이를 활용해 총자산운용 규모에서 차지하는 녹색, 갈색, 중립 포트폴리오 비중을 계산할 수 있다. 임 대표는 EU 택소노미가 국제적 ESG 공시 의무화 흐름과 함께 범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G20의 요청에 따라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TCFD 프레임워크가 택소노미 기반으로 공시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TCFD 권고안을 살펴보면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와 목표 4가지 요소가 있다. 그중 전략 부문에 기후 관련 리스크 및 기회가 조직의 사업, 전략, 재무 계획에 미치는 실제 및 잠재적 영향과 관련한 정보가 담기는데 기회 영역은 택소노미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다. EU가 2024년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의무화하기 앞서 2023년 역내 기업에 택소노미 공시 의무를 부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표준안(IFRS S)도 TCFD 권고안을 차용한다.

한국도 2021년 12월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 작성을 주도한 임 대표는 “ESG 공시에는 택소노미가 매우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며 “ESG 공시도 중요하지만, 해당 공시에 담길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사진=서범세 기자
한국, 공급망 실사지침 충족 기업 없다

“한국 기업 중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이하 공급망 실사지침)을 충족할 만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대다수 기관이 2027년 공급망실사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이 강연에서 한 말이다. 김 소장은 포럼에서 공급망 실사지침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이 허술하다는 점을 잇따라 지적했다. 대다수 기업이 공급망과 관련해 행동 지침을 수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공급망 실사를 하더라도 규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EU 공급망 실사지침은 EU 의회·이사회·위원회의 전원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김 소장은 CSRD가 지난 10월 사실상 통과되어 공급망실사법 역시 내년 상반기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SRD 공시 항목에 공급망 실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EU 공급망 실사지침은 공급망 실사 체계 구축과 부정적 영향 파악, 부정적 영향에 대한 개선 및 조치, 고충 처리와 모니터링 그리고 그 결과의 공시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 소장은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 일련의 과정을 명시하거나 이행 모니터링 및 검증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는 방식 등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행동지침으로 공급망을 평가받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내 기업이 공급망 실사를 위해 마련한 지표가 허술하다고 봤다. 국내 주요 기업의 지표 중 30%만 EU 공급망실사법을 충족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2027년 공급망실사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권과 환경을 포함한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기업이 공급망 실사를 통해 리스크만 진단할 것이 아니라 기회 요소도 포착할 것을 권고했다. 해외 기업의 경우 공급망 실사 결과에 따라 협력업체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국내에서는 주로 리스크 요인만 살핀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위반 소지를 점검하고, 중대한 영향 중심으로 공급망 ESG 대응 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환경, 인권 현안이 발생하는 실질적 1차, 2차 협력사를 법적 조건에 맞게 실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했다.
김정남 법무법인 화우 ESG 전략그룹장. 사진=서범세 기자
투자자 그린워싱 위협 느껴…ESG 경영 목표 증명해야

투자자들이 그린워싱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ESG 공격의 근간은 그린워싱이다. 책임투자원칙(PRI) 서명 기관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기업이 선언한 ESG 경영 목표와 계획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김정남 법무법인 화우 ESG 전략그룹장의 강연 내용을 정리하면 그렇다.

화우에서 ESG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김 그룹장은 금융권 그린워싱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어 기업이 그린워싱 오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그린워싱은 제품과 서비스를 친환경으로 위장,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ESG 경영과 투자에서 그린워싱은 기업의 ESG 경영 전반과 ESG를 표방하는 금융상품의 친환경 위장 등으로 확대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그린워싱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는 지난 9월 제품과 서비스의 친환경성 주장에 근거를 포함하도록 하는 ‘그린 클레임’ 금지 지침에 합의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름 규칙(Names Rules)을 최근 개정해 투자상품의 그린워싱 리스크를 검토 중이다.

한국에서도 표시광고법이 제품과 서비스 및 ESG 경영 전반에 대한 그린워싱을 규제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 기업이 재활용 비율을 높이거나, 운송 단계에서 탄소를 저감하는 등 ESG 경영활동 광고 및 표기에서 그린워싱 대상이 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그룹장은 “환경경영 관련 기업의 노력의 주장은 근거와 목표 계획을 담아 명확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 관련 용어와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 모든 과정에 대해 허위, 과장성, 전과정성을 판단받을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발행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지속가능 보고 인증 기준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ISSA 5000 역시 인증 업무 전반에서 그린워싱을 포함한 부정에 대응할 것을 요구해 기업이 그린워싱 이슈를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과소 보고하거나 활동을 숨기는 등 행위는 브랜드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ESG 공시가 법적 규제가 되면 그린워싱 책임도 경영진에 물을 수밖에 없으므로 ESG 경영 전략과 목표 및 이행 성과를 자신감 있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탄소상쇄 없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불가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지만,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각 국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이행되더라도 최대 230억 톤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탄소상쇄가 필요한 이유다.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는 주요 선진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유상할당 배출권과 탄소상쇄를 통해 발행된 크레디트가 함께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이 온실가스를 직접 줄이더라도 외부 사업을 통해 감축하는 방식을 동원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많은 기업이 탄소상쇄 크레디트를 구매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공정 배출량이나 공급망 배출량을 탄소상쇄로 관리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자발적 탄소시장과 의무 배출권 시장을 연동한다. 호주는 베라, 골드 스탠더드 등 일부 자발적 탄소시장 크레디트를 의무 시장과 연결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아예 베라 크레디트를 규제 시장과 연결했다. 한국 역시 자발적 탄소시장은 아니지만, 상쇄 등록부에 등록되어 발행된 크레디트를 구매해 전체 배출량의 5%를 상쇄하도록 부분적으로 길을 열어주고 있다.

황 대표는 기업에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관리를 요구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범위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해 탄소상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스코프 3에 대한 감축 요구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탄소세를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양상도 있어 탄소상쇄를 기반으로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리 중심인 의무 시장과 비교해 자발적 시장은 참여자 제한 없이 유동적 거래와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추진 가능하다”며 “제거와 격리가 가능한 자연, 기술 기반 감축 사업에 대한 크레디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2030년 기준 5억 톤, 2050년까지 최대 90억 톤의 탄소상쇄 크레디트가 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자발적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해외 발행량 및 폐기량에 비해 현저히 작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발적 시장에 대한 신뢰도 및 무결성 검증은 여전히 구매자에게 리스크 요인으로 파리협정문과 청정개발체제(CDM) 기준처럼 탄소상쇄 무결성을 검증하는 고도화된 기준의 마련이 향후 자발적 탄소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언빈 ERM코리아 총괄 파트저. 사진=서범세 기자
신언빈 “ESG 리더십…자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신언빈 ERM코리아 기업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 총괄 파트너가 5년 이내에 자연을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공시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와 자연 손실로 인한 복합적 환경 위기가 기업경영에서 중대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 전 세계 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44조 달러가 자연자본에 의해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2022년 12월에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에서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전 지구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구체적 이행계획인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했다. GBF는 전 세계 육상 및 해양 면적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GBF는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 위험과 의존도를 평가·공개하며,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2025년까지 규명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밀접한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에 신 파트너는 자연 의제가 3~5년에 기업경영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을 통해 기후변화 관련 공시 표준화, 의무화 절차를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TNFD 프레임워크가 TCFD 프레임워크와 마찬가지로 자연자본 공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에 출범한 TNFD는 지난 9월 TNFD 프레임워크(권고안)을 확정했다. TNFD는 TCFD와 동일한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및 영향 관리, 지표 및 목표 4개의 공시 항목으로 구성된다.

기업은 TNFD를 위치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자연자본 의존성과 영향을 파악하고 기회와 위험 요인을 평가, 공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는 “TNFD 외에도 자연자본을 공시하고자 하는 기업을 위한 산업별 지침과 시나리오 분석 방법론이 마련되어 있다”며 기업이 선제적으로 TNFD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끝으로 그는 “자연과 접점에 있는 기업은 비즈니스의 취약성을 TNFD 기반으로 파악하고, 투자자와 금융 규제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네이처 포지티브(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플러스로 전환) 경영을 위해서는 자연자본과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