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철거 위기 맞은 '속초아이'

대관람차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엑스포)에 처음 등장했다. 직전 파리엑스포가 300m 높이의 에펠탑 건설로 대박을 터트리자 시카고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세계인의 시선을 끌 상징물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공모에 나섰다. 교량 건축 엔지니어 조지 페리스가 거대한 철제 바퀴와 바큇살에 관람용 곤돌라를 매달아 도시와 박람회장의 풍광을 내려다보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000마력의 증기 엔진을 장착한 세계 최초 대관람차는 큰 인기를 끌며 엑스포 성공에 기여했다. 페리스의 이름을 딴 ‘페리스 휠(Ferris wheel)’이 대관람차를 뜻하는 일반명사로 쓰이게 된 배경이다.

올림픽 엑스포 등 메가이벤트에 맞춰 세워진 대관람차는 세계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2000년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선보인 ‘런던 아이(London Eye)’와 2021년 두바이엑스포에서 위용을 드러낸 세계 최대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Ain Dubai)’가 대표적이다. 최고 210m 높이에서 마천루와 인공섬 조망을 선사하는 아인 두바이는 동시에 1750명을 태울 수 있다.국내에도 관광지와 놀이공원에 10여 개의 크고 작은 대관람차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지난해 개장한 강원 속초의 ‘속초 아이’는 국내 유일의 해변 대관람차로 100만 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다. 22층 높이에서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단기간에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른 속초 아이가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대관람차가 설치될 수 없는 자연녹지지역이자 공유수면에 일부가 들어서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해체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임 시장 때 92억원을 들여 건설한 업체는 난감한 처지다. 속초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적법하게 사업이 이뤄졌고, 공공기여(기부채납)하고 관리·운영권을 받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시장이 바뀌었다고 지방 행정이 조변석개로 이래도 되나 의문이다. 온라인에선 “운영 중단 전에 속초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