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대역전극"…1년 늦게 뛴 부산, 사우디와 초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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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엑스포 '운명의 날'“한덕수 총리와 재계 총수들이 마지막까지 분초를 아껴 각국 대표들과 교섭하고 있습니다만, 누구를 만나는지는 특급 비밀 사항입니다.”
한덕수·정의선·반기문 등 민관
'원팀 코리아'로 막판 유치활동
최태원 "오늘도 전투하러 가겠다"
28일 파리에서 5차 PT 뒤 투표
阿·태평양 섬나라 '캐스팅보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를 하루 앞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박성근 총리비서실장은 오찬 세미나와 만찬, 양자 회담 등을 통해 접촉하고 있는 국가의 이름은 물론 몇 개국을 만났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경쟁국에 우리 측 동향이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박 실장은 “한국에서 출국해 날아오는 중에도 우리를 지지하던 회원국 중 하나가 (사우디의 로비로) 흔들렸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한국 지지를 밝힌 나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1번”이라고 말했다.
비밀 첩보전 방불케 하는 막판 총력전
정부와 재계, 부산시 등 ‘원팀 코리아’는 현지에서 막판까지 총력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가장 큰 경쟁국인 사우디가 캐스팅 보트를 쥔 국가를 상대로 막판 로비에 들어가자 정부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 동선을 유지하며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투표일까지 남아 BIE 회원국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할 예정이다.한 총리는 전날(26일) 저녁 파리에 도착해 곧바로 부산 지지를 호소하는 외교 활동과 내부 회의를 이어갔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도착하자마자 넥타이만 풀고 이틀간 어떻게 유치 교섭을 벌일지 밤 10시까지 전략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투표 하루 전인 이날도 BIE 회원국 대표들과의 오찬 세미나와 환영 행사(리셉션) 등 각종 면담 일정을 밤까지 촘촘하게 진행했다.최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각오라는 게 따로 있겠습니까, 이겨야죠”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오늘도 ‘전투’가 계속 벌어진다, 전투하러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차량에 올라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반 전 총장은 “BIE 회원국 대표들에게 부산 엑스포는 목적지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잘살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임을 강조해서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엑스포를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비전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고, 성장의 결과물도 국제사회에 돌려주는 계기로 삼겠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재계는 그간 교섭을 통해 파악한 상대국과의 경제협력 수요를 토대로 부산 엑스포를 통해 한국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박 실장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경제협력 기회를 확대하는 등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카리콤 국가 등 ‘캐스팅보터’
부산을 포함해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는 28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부터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을 파리에서 진행한다. 개최지 투표는 PT가 끝난 뒤 오후 4시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시간으로는 29일 0시다. 투표는 182개(지난달 기준) BIE 회원국이 비밀 전자투표로 하며, 1차에서 3분의 2 이상을 얻은 후보지가 나오면 종료된다.부산은 리야드에 비해 1년 정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어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2차 투표까지 가면 반전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 로마 표를 흡수할 수 있고, 투표에 참여하는 국가가 1·2차 모두 사우디에 표를 주는 게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가 카리브공동체(카리콤) 등의 국가가 이번 투표의 캐스팅보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유치전 초반부터 이들 국가에 막대한 차관 등을 약속하며 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한국이 다양한 분야의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협력 기회를 어필하자 사우디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김동현/부산=민건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