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설화까지…스텝 꼬인 '인요한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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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대상'인 지도부·당 주류는 "너무 급하다" 반발국민의힘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원회가 내분에 설화까지 겹치며 오히려 분열의 길로 빠지고 있다.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를 받은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중진 등 주류는 혁신위의 요구가 지나치게 급하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통합 대상이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감정적인 말다툼을 이어가며 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권 안팎에선 이미 내놓을 만한 혁신안은 다 꺼낸 혁신위가 지도부·소장파 등과 ‘파워게임’을 이어가면서 당 변화의 동력마저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대상' 이준석과는 선 넘은 말다툼하며 감정싸움
정치인·비정치인 출신 혁신위원간 갈등, 외부로 표출
활동 한 달 만에 방향 잃은 혁신위
국민의힘 혁신위는 출범 한 달 만에 5건의 혁신안을 내놓고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1·2호 안건인 ‘당 화합’과 ‘정치인 희생’ 등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신선하고 과감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여의도 문법과 다른 어법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이 넘어가자 설화와 내홍만 부각되는 모양새다.인 위원장이 지난 26일 이 전 대표를 ‘준석이’라고 칭하고, 이 전 대표의 부모를 거론한 게 대표적이다. 인 위원장은 한 지역 행사에서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도 라디오 등에서 “정치하는데 부모 욕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패드립(패륜적 말장난)이 혁신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표를 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인 위원장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인 위원장은 27일 “제가 이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한 것 같다”며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김기현 대표와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2호 혁신안인 당 주류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관철하고자 윤석열 대통령의 ‘신호’를 언급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에 불쾌감을 보인 데 이어 자신을 향한 윤심(尹心)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연 의정보고회에서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며 “어떤 때는 만나면 3시간씩도 이야기한다. 하루에 세 번, 네 번 전화도 한다”고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정치인과 비정치인 출신 혁신위원 간 갈등이 내부에서 봉합되지 못하고 외부로 분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7일엔 인 위원장이 이날로 예정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을 40분 전에 취소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혁신안과 관련 없는 만남이라 처음부터 의아했다”며 “인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관위에 힘 싣는 지도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천과 관련한 혁신안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잘 전달해 최대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오는 30일 당 지도부·친윤·중진들의 불출마 및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를 최고위가 아니라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다음달 공관위가 출범해 총선 체제로 접어들면 혁신위는 사실상 끝”이라고 말했다.한 혁신위원은 “혁신안을 5호까지 던졌으면 역할은 어느 정도 한 것”이라며 “의원들의 답이 오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혁신위 활동이 끝난 뒤 의원들이 판단하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