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월부터 가동한다더니…'대용량 시세 서비스' 해 넘긴다

증권사 “차기 이사장 사업으로 미루나” 비판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10월부터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던 ‘신시장 시스템’이 차일 피일 미뤄지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와 국내외 증권사들은 올 들어 신시장시스템 가동을 위한 테스트를 4~5차례 진행했지만, 현재는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시장 시스템의 핵심은 거래소와 증권사가 주고받는 시세 정보 처리 용량을 기존 12Mbps에서 100Mbps로 늘리는 ‘시세 대용량 서비스‘다. 시세 처리 정보 용량을 늘리면 모든 거래가 실시간으로 호가에 반영돼 투자자들은 한층 더 정확한 시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도 특정 종목에 거래가 쏠렸을 때 시세 주문과 매매 체결 등 대응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신시장시스템을 10월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상당수 증권사들이 10월 가동에 맞춰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담당 인력을 늘렸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약속한 일정을 훌쩍 넘겼는데 거래소가 뚜렷한 이유 없이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향후 일정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관계자도 “거래소, 코스콤, 증권사 IT 업무 관계자들이 참여한 단체 카톡방에선 ‘향후 사업 추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주기적으로 올라오지만 답변은 없었다”고 전했다.

거래소 측은 “다수의 증권사와 협의가 필요하다보니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측은 “신시장서비스 사업 계획은 2019년 처음 수립됐고 2020년 10월부터 개발이 진행됐다”며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다음달 임기 만료로 퇴임할 예정이어서 거래소 주요 사업들이 다음 이사장 임기로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손 이사장은 금융위원장 후보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