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불참…시작하기도 전에 힘 빠진 기후협정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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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약 이행 부진 비판 우려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28차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190여 개국은 선진국, 신흥국, 산유국 등 그룹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심한 엘리뇨 현상으로 올 들어 기상이변이 속출한 가운데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후 처음으로 규범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정상이 불참한 가운데 신흥국들은 선진국을 상대로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 보상 방안 마련 등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UAE는 석유 판매장으로 활용
선진국·개도국 합의 쉽지 않을 듯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COP28 회의에 불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회의에 연속으로 참석해 친환경산업에 3700억달러(약 480조원)의 보조금을 쏟아붓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자랑했다. 미국 백악관은 그러나 올해는 “이스라엘 전쟁에서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협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리를 피한 것은 총회에서 파리협정 이행 점검 결과 망신당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를 낮추기 위해 자국에서 석유 증산 드라이브를 걸어 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했다. 환경단체 생물다양성센터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한 새 석유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의 모든 친환경 정책 배출 감소량 합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최국 UAE는 이번 회의 기간에 각국 정부와 원유 판매를 논의할 계획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비판받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와 공동으로 입수한 유출 문서를 토대로 UAE가 중국 브라질 독일 이집트 등 15개국과 원유·천연가스 거래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올해 COP28 의장인 UAE의 술탄 알 자베르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다. 앤 해리슨 국제앰네스티 기후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베르가 COP28 회의를 기회로 자신의 사업적 이익을 증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두바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비롯해 리시 수낵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친환경 모범국 정상이 대거 참석할 전망이다. 이들은 협정서의 ‘석탄 연료 감축’이란 문구를 ‘석탄 사용 중단’으로 강화하는 등 기후변화 방지 정책 강화를 주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회의에선 신흥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신흥국들은 그동안 “20세기에 화석 연료를 사용해 경제 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의 탈(脫)화석연료 주장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날 회의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신흥국 정상도 대거 참석한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신흥국의 손실을 선진국이 보상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의 구체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가동시킬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현일/김리안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