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오해' 택시서 뛰어내려 숨진 대학생…택시기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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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승객 뛰어내릴 것 택시기사가 예견할 수 없어"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여대생 택시 투신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60대 택시기사와 40대 운전자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송병훈 부장판사는 전날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와 SUV 운전자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판결문에 따르면 C씨는 이날 오후 8시46분쯤 KTX포항역에서 A씨의 택시를 타면서 "D대학이요"라고 말했지만, A씨는 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E대학 기숙사요?"라고 질문했다. C씨도 A씨의 말을 확실히 듣지 못하고 "네"라고 답했다.
이런 탓에 택시기사 A씨는 E대학 방면으로 차를 몰았고, C씨는 택시가 자신이 모르는 길로 과속까지 해가면서 달리자 겁이 나 "아저씨, 저 내려주시면 안 돼요?"라고 A씨에게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청력 문제와 차량 소음 등으로 이 말을 듣지 못한 채 계속해 택시를 몰았고, 이에 자신이 납치당한 것으로 오해한 C씨는 메신저로 남자친구에게 불안감을 호소한 뒤 택시에서 뛰어내렸다.도로 2차로에 떨어진 C씨는 뒤따라 달리던 B씨의 SUV차량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택시 내부의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C씨와 A씨가 목적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잘못된 것을 확인했다. 실제 택시 기사 A씨는 '보청기'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택시업에 종사하면서도 청력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B씨는 전방 주시 의무 불이행 혐의가 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재판부는 "A씨는 포항역에서부터 C씨의 목적지를 다른 대학으로 인식했고 통상의 도로로 운행했다"며 "또 C씨가 겁을 먹고 주행하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이어 "B씨도 당시 상황에서 C씨를 발견해 사고를 회피하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