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러엔 안팔아" 콧대높던 명품업체…'불공정' 지적받고 약관 손봤다

샤넬·나이키·에르메스 공정위 조사 후 자진시정
상품평 무단 사용·자의적 계약취소 등도 포함
사진=한경 DB
리셀테크(되팔이+재테크) 금지에 나선 나이키 등의 불공정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아 시정됐다. 나이키와 샤넬 등 브랜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각광 받은 리셀(재판매) 시장이 커지자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적용되는 약관에 리셀 금지 조항 등을 넣었다.

공정위는 나이키, 샤넬, 에르메스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재판매 금지 조항, 저작권 침해 조항, 사업자 면책 조항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3개 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적용되는 약관을 직권으로 검토,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정된 약관 중 대표 사례는 고객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계약취소, 회원자격 박탈 등 권리를 제한한 조항이다. 나이키의 경우 '귀하의 주문이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당사가 믿는 경우 판매 및 주문을 제한, 거절 또는 계약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는 약관이 있었다. 샤넬은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조건 중 '기타 구매패턴 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들어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자들은 재산 가치가 인정되는 명품의 특성상 제품을 선점해 구매한 후 더 비싼 값을 받고 재판매하면 다른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줘 해당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구매 이후 제 3자와의 계약을 무조건 제한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매 목적의 구매인지를 여부를 사업자 판단에 맡기도록 한 점도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사진=한경 DB
또한 공정위는 고객의 상품평 등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나이키와 샤넬의 이용약관 조항들도 불공정 약관으로 꼽았다. 회원 동의 없이 회원의 게시물을 편집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귀책 사유를 불문하고 사업자 책임을 배제한다는 조항, 포괄적 사유에 의해 자의적으로 계약이나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 등이 불공정 약관으로 꼽혔다.나이키와 샤넬, 에르메스는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온라인 명품 선호 및 리셀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공정약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