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멍거 떠나보낸 버핏, 벅셔해서웨이 후계구도 어떻게 짰나

사진=AFP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오랜 단짝인 찰리 멍거 부회장이 28일(현지시간) 별세하면서 벅셔해서웨이의 후계 구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65년부터 벅셔해서웨이를 이끌어 온 버핏 회장 나이가 올해 93세를 넘기며 세대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 21일 주주 서한을 통해 "아직 컨디션이 좋지만, 내가 연장전을 뛰고 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버핏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벅셔해서웨이 지분 8억 6600만달러어치를 가족 재단에 기부하면서 후계구도를 공식화했다.올해 초 5시간에 걸친 주주총회를 주도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론 올슨 벅셔해서웨이 이사도 "경영진 세대교체가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단짝인 멍거 부회장이 별세하면서 세대 교체를 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버핏 회장이 사망할 경우 장남인 하워드 버핏이 회장직을 물려받을 예정이다.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그레그 아벨 부회장이 맡는다. 아벨 부회장은 벅셔해서웨이에서 비보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보험 사업을 총괄하는 아지트 자인 부회장은 보험 부문을 계속 맡게 된다.

버핏 회장은 2018년 아벨을 비보험 부문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한 셈이다. 당시 버핏 회장은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벅셔해서웨이의 투자 관리자 테드 웨슬러와 벅셔해서웨이 계열 보험사 게이코의 CEO인 토드 콤즈가 투자를 총괄한다. 웨슬러는 벅셔해서웨이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자산(AUM)의 10%를 운용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010년 콤즈와 웨슬러를 동시에 영입했다. 둘이 합류한 뒤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 정보기술(IT)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콤즈와 웨슬러의 조언 덕분이다. 둘은 버핏 회장에게 애플 지분을 매수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당시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은 조선·철강·기계 등 굴뚝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자신이 보유한 벅셔해서웨이 지분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버핏 회장의 벅셔해서웨이 지분율은 15%다. 지분의 99%가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결권을 의도적으로 늘린 클래스 A주식으로 이뤄졌다. 버핏 회장은 이를 활용해 약 30%까지 의결권을 행사해왔다.시장 가치가 1180억달러에 달하는 버핏 회장의 지분은 그가 사망한 뒤 세 자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신탁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 신탁은 버핏 회장이 사망한 뒤 10년에 걸쳐 청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매년 일정 지분을 현금화해서 기부할 계획이다.

버핏 회장은 포드 재단 같은 가족 재단을 따로 설립하진 않을 계획이다. 재단이 설립되면 관료주의가 만연해져 비효율성이 초래될 것이라는 버핏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결정이다.

시장에선 버핏 가족의 신탁이 벅셔해서웨이를 보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업계에선 벅셔해서웨이를 사업부 단위로 분할하면 시장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를 노리고 헤지펀드가 적대적 M&A를 추진할 우려도 제기된다. 벅셔해서웨이는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벅셔해서웨이에너지, 손해보험사 게이코, 철도운영사인 벌링턴 노던 산타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 벅셔해서웨이 이사는 금융전문매체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버핏 회장 사후 이사회는 제3의 세력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는 것이다"라며 "투자은행(IB) 은행가들은 버핏과 멍거가 떠나면 벅셔해서웨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벅셔해서웨이를 온전히 보존해도 수십 년간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