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펀드 핵심 운용인력…올해 최고의 VC 심사역은 누구?[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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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연말입니다. 올해 벤처캐피털 업계에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올해를 빛낸 투자업계 '스타'들이 있었습니다. '코리아 VC 어워즈 2023' 현장을 한경 긱스(Geeks)가 다녀왔습니다.
"벤처투자를 받는 회사가 매년 4000곳에 이릅니다. 10년 전엔 1000곳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뜻입니다."(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올해 벤처투자 시장의 키워드도 지난해와 같이 '혹한기'였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벤처투자액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훈풍이 불까 싶었지만 스타트업 메카 이스라엘에선 전쟁이 터졌다.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희망'으로 요약된다. 투자자들도, 창업가들도 오늘보다 더 나을 내일을 위해 뛴다. 올해도 한해 최고의 VC를 뽑는 '코리아 VC 어워즈 2023'이 열렸다. 한국벤처투자가 벤처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시상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지난 29일 잠실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이 행사엔 벤처캐피털(VC), 정부 부처, 유관 기관, 주요 출자자(LP) 등 180여 명이 모였다.
"벤처투자 30년... 성장 이뤄냈다"
이날 축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VC업계가 국내에 등장한지 약 30년이 됐다"며 "불과 10년 전인 2013년 20억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2021년엔 140억달러로 7배나 커질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VC들이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모태펀드 루키리그 개편,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과 함께 모태펀드 사후관리를 시장 친화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하는 등 투자 생태계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올 3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투자액은 늘었지만 투자 기업 수는 늘지 못한 점을 보면 초기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며 "내년 VC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모태펀드 예산이 증액되고 민간 모펀드가 출범하면서 투자 재원 자체는 확대되지만, 이를 매칭하기 위한 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협회에서 민간 자금이 더 많이 투입돼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투자자를 찾겠다"고 덧붙였다.신상한 한국벤처투자 부대표는 "스타트업의 고용 창출 기능이 전체 기업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중 60% 이상이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은 회사"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또 김문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혁신성장본부장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투자조건부융자 사업에 VC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빛낸 VC에 BNH인베 등 3곳
올해의 최우수 VC는 △투자 △회수 △기업협력·육성 등 세 부문으로 나눠 뽑았다. 3년 이내 수상 이력이 있는 VC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투자 부문 최우수 운용사로는 BNH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VC다.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BNH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단백질 분해 플랫폼 기반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유빅스테라퓨틱스, 신약 전임상 개발 회사 피노바이오,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 회사 온힐, 대체식품 개발 회사 인테이크, 표적 저분자 치료제 회사 노보렉스, 신생아 뇌질환 치료제를 만드는 메디노 등에 투자를 집행했다.회수 부문은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뽑혔다. 업력 13년차 중견 VC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 3000억원대를 굴리고 있다. 그간 PE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난해 PE 분야를 에이치PE로 분사시킨 후 VC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에서 신설된 '뉴 스페이스' 분야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0억원을 출자받고 최소 100억원 이상의 우주 전문 펀드 결성에 나섰다. 올해에는 구독결제 솔루션 회사 스텝페이, 마케팅 플랫폼 회사 파일러,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회사 보나캠프 등에 투자했다.
기업협력·육성 부문은 코메스인베스트먼트가 영광을 안았다. 지방 투자 실적이 뛰어났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컴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최백용 대표와 메디치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을 거친 김도연 대표가 창업했다. AUM은 1600억원 수준이다. 올해 경북 포항 기반 특수화학소재 회사 프로그린테크에 투자했다. 가장 잘 알려진 포트폴리오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인 엠투아이다. 2018년 이 회사에 바이아웃 투자를 단행한 뒤 2020년 상장시켰고, 올해 지분을 PEF에 매각하면서 총 2.4배 이상의 차익을 거둬들였다.
박주원 노강현 정한철 등 올해 최우수 심사역
올해 최우수 심사역은 중진·문화·특허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선정됐다. 중기부 장관상인 중진 부문엔 박주원 토니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 수상자로 뽑혔다. 스틱인베스트먼트, NHN인베스트먼트 출신으로 15년차 베테랑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박 부사장은 회사의 4개 펀드에 핵심 운용인력으로 몸담고 있다. 합류 후엔 총 11개 회사에 투자를 단행했다. 중고차 구매동행 플랫폼 마이마부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다. 제너럴리스트를 표방하며 위험 회피형 투자를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문화 부문에서는 노강현 메이플투자파트너스 상무가 이름을 올렸다. 노 상무는 NC소프트, 4시33분, 화이텍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쳐 2017년 메이플투자파트너스에 합류했다. 게임 및 콘텐츠 분야 투자를 주로 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래몽래인, 엔피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다.
이어 특허청장상인 특허 부문에서는 정한철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전무가 수상자로 뽑혔다. 정 전무는 애경화학,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성창투 등을 거쳐 2017년 회사에 합류했다. 올해에는 '보이는 ARS' 회사 콜게이트 투자를 주도했다. 더웰스인베스트먼트의 IP 투자 전문 펀드의 핵심 운용 인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밖에 탁월한 관리 능력을 보인 리스크 매니저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관리인력상은 원윤정 인터밸류파트너스 이사에게 돌아갔다.
한편 올해 최우수 벤처펀드는 IMM인베스트먼트의 'KoFC-IMM R&D-비즈 크리에이션 2013-2호 투자조합'이 선정됐다. 2013년 510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모태펀드가 100억원을 출자했다. 2013년 510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모태펀드가 100억원을 출자했다. IMM인베는 이 펀드를 통해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크래프톤, 마이리얼트립, 백패커(아이디어스) 등 대형 회사를 일찌감치 발굴했다. 대표펀드매니저는 장동우 대표다.
참, 한가지 더
캘퍼스·버텍스·SOSV 등 글로벌 투자자도 참석
이날 행사엔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LP와 GP들이 참석해 본행사 전 강연자로 나섰다.
김상엽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PE 부문장은 "한국인들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며 "e커머스를 혁신한 쿠팡, 핀테크를 혁신한 토스, 트위치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즐기던 e스포츠 등 소비자에 대한 경험이 글로벌 피어그룹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모델을 갖춘 나라고, 세계 정세가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의 혁신적인 정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임스 리 버텍스그로스 매니징디렉터도 무대에 올랐다. 버텍스그로스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버텍스홀딩스의 그로스 전문 펀드다. 버텍스홀딩스의 운용자산(AUM)은 60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이른다.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을 비롯해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기업 사이버아크, 중국 공유자전거 기업 모바이크 등 세계 20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했다. 제임스 리 매니징디렉터는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미국 초기투자사 SOSV의 션 오설리반 대표는 "기후기술 분야를 특히 눈여겨 보고 있다"며 "혁신을 위해선 마틴 루터 킹의 명언처럼, 계단 전체를 올려다 볼 필요 없이 믿음을 갖고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