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D-day’ 김기현 앞에 놓인 3가지 선택

대표직 유지 대신 '수도권 출마·불출마' 가능성
"비대위 전환은 대통령실에도 정치적 부담"
일각선 "대표직 사퇴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김 대표 측 "비대위는 근거 없는 이야기" 일축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지도부·중진·친윤(윤석열)계에 대한 불출마·수도권 출마 권고안을 당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하기로 하면서 김기현 대표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수도권 출마 혹은 불출마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울산 출마설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날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내년 총선 전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대신 수도권 험지 출마나 불출마 선언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 대표로선 ‘총선 승리를 이끈 대표’라는 타이틀을 놓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남은 목표가 대권인 김 대표에게 기존 지역구(울산) 당선은 정치적 의미가 없다”며 “한동훈 원희룡 등 인지도 있는 인물을 선거대책위원장 등에 세우고 김 대표는 ‘관리형 당대표’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출범이 대통령실에 정치적 부담이 되는 점도 김기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근거로 꼽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사실상 ‘윤심’을 등에 업고 당선됐는데 이제와서 김 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대통령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비대위 전환은 현실성 없다”고 했다. 김 대표 측 인사도 “비대위 전환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김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출범’ 시나리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드러난 민심 이반을 윤 대통령이 여전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마음만 먹으면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바꿀 성격”이라며 “대통령실 참모진, 장관들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에 당 지도부만 쇄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고 김 대표는 직을 유지한 것에 당내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김 대표가 혁신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 다시 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대표가 대권을 노리는 만큼 울산 출마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여권 인사들 얘기다.관건은 시점이다. 통상 대표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은 총선 2~3개월 전에 이뤄진 경우가 대다수다. 2012년 4·11 총선 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2020년 4·15 총선 때 황교안 대표는 그해 2월에 ‘지역구 불출마·비례대표 출마’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한 친윤계 인사는 “김 대표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는 일종의 승부수인데 이를 벌써 꺼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