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열 살짜리 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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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또 다른 우상화 개념은 ‘장군’ 칭호다. 김일성이 1945년 9월 19일 소련 군함을 타고 비밀리에 원산항에 발을 디뎠을 때 그의 계급은 소련군 88특별저격여단 대위에 불과했다. 33세의 애송이에 대한 상징 조작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백마 탄 장군’이다. 백마를 타고 항일운동을 하며 백두산과 만주 일대를 호령한 위대한 지도자였다는 설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백마 마케팅을 한 이유는 남성적, 진취적이고 호방한 영웅 이미지 구축이다.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설원을 질주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에서 장군은 2020년까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만 붙일 수 있는 금기 호칭이었다. 진짜 군 장군은 장성 또는 장령으로 불렀다. 북한의 실질적인 국가(國歌)도 ‘김일성 장군의 노래’고, ‘김정일 장군의 노래’,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는 노래도 있다.북한이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표현했다. ‘조선의 샛별’은 김일성 초기 활동을 선전할 때 사용하던 것이다. 김정은도 ‘샛별 장군’으로 불렸다. 열 살짜리 어린애에게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더니 이젠 장군이라고 한다.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고, 4대 세습을 위한 절차를 끝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대를 안 가도 장군이 되고, 열 살짜리 어린애가 오직 백두혈통이란 이유로 장군이 되고 후계자로 거론되는 기괴한 체제가 북한 말고 또 어디 있나.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