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르메스·나이키 '리셀 금지'에 제동

공정위 "재판매금지조항 부당"

'브랜드 가치 사수' 명품에 타격
공정거래위원회는 샤넬, 에르메스, 나이키의 리셀(재판매) 금지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글로벌 브랜드 3사는 고객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계약 취소 및 회원 자격 박탈 등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리셀 금지 조항을 약관에 마련했다.

이들 브랜드는 “재산 가치가 인정되는 명품의 특성상 제품을 선점해 구매한 뒤 더 비싼 값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는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공정위는 제품 구입이 리셀 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뿐더러 소유자가 자유롭게 처분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상품평 등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역시 불공정 약관으로 지목됐다. 회원 게시물 이용은 허락을 받아야 하며, 허락받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범위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이들 세 곳은 문제가 된 조항을 모두 시정했다.이번에 샤넬, 에르메스, 나이키가 시정한 조항 중 리셀 금지는 글로벌 톱 브랜드가 과도한 재판매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걸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해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을 끈 사안이다. 이들이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리셀 플랫폼에서 개인 간 거래가 증가하면 제품의 희소성이 낮아지고 고객 경험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가격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진다는 점도 이런 조항을 만들게 된 요인이다.

명품·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리셀 열풍이 불었던 2020~202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가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리셀 시장의 거품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샤넬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최근 리셀 플랫폼에서 12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공식 판매가(1450만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슬기/양지윤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