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오로라 화가 "그림은 봤을 때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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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자 작가 개인전
![전명자의 ‘오로라를 넘어서’(2023)](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AA.35195589.1.jpg)
평온한 시간이 흘러가던 50대의 어느 날. 그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교수직을 던지고 가족도 한국에 둔 채. 그렇게 떠난 길에서 전 작가는 그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났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는 북구의 오로라, 파리 거리의 낭만,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강렬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해바라기밭…. 그는 이 광경들을 합쳐 화폭에 담았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재현과 현전(現前)의 경계에서’는 그 결과물을 모아놓은 자리다.전 화백의 별명은 ‘오로라 화가’다. “1995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오로라를 처음 본 이후 내 삶과 작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서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몽환적인 초록색과 파란색도 오로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와 함께 유럽의 성당,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길거리를 걷는 파리 시민 등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시공을 초월해 뒤섞여 있는 것도 전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이렇게 그린 작품들은 다소 통속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전 작가는 “그림은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봤을 때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통해 내가 경험한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0세를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지치지 않고 새 작품을 구상 중이다. 전 작가는 “전시가 끝나면 파리에 들렀다가 노르웨이에 가서 오로라를 다시 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계획”이라며 소녀처럼 맑게 웃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