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주소, 또 하나의 한류로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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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고대인과 중세인들은 거리 이름이나 주소 없이도 원하는 곳에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작은 생활 근거지 범위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의 발달로 생활권을 벗어난 먼 곳과 물건을 주고받고,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도로명주소라는 체계적인 위치정보가 등장했다.
우리나라가 도로명주소를 전면 도입한 것이 2014년이니 올해로 10년이 됐다. 세계 여러 선진국가와 비교할 때 길게는 400년, 짧게는 200년 정도 늦었다. 100년간 사용했던 지번주소를 버리고 생소한 도로명주소를 도입하게 된 초기에는 많은 혼선과 어려움도 있었다. 기존의 지번주소로도 배달에 문제가 없었고, 내비게이션으로 위치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데 도로명주소를 굳이 왜 도입하지? 한마디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하지만 정확한 목적지와 차량 출입구를 찾아야 하는 내비게이션은 오히려 도로명주소와 훨씬 친화적이다. 지번으로는 출입구 안내가 어려워 목적지 인근에서 안내를 종료해야 했지만 도로명주소를 이용하면서 출입구까지 정확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도로를 따라 규칙적으로 주소가 부여돼 누구나 쉽게 목적지를 확인하고 찾을 수 있다.
10년이 된 대한민국의 도로명주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건물 중심 2차원 주소를 넘어 3차원의 입체적 주소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고가·지하도로, 대규모 지하상가, 대형 건물 내부 통로 등 지하와 실내를 망라하는 고도화된 주소 체계를 구현했다. 나아가 국민 안전 확보와 편익 증진을 위해 각종 시설물과 공터에도 도로명 중심으로 사물주소를 부여했다. 심지어 산악과 해안에는 국가지점번호를 부여해 전 국토를 촘촘히 연결하는 주소 체계를 구축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한국형 K-주소’다.
고도화된 K-주소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표준에 필수사항 13건과 권장사항 8건, 총 21건이 우수사례로 반영됐다. ISO 표준은 전 세계로 통용되기 때문에 K-주소의 국제표준 반영은 우리 주소 체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국제적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주소 분야의 국제적 의제 발굴은 물론 드론, 로봇 등 첨단 산업과 주소를 연계하는 국제표준을 정립할 때도 우리나라 여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지난 10일에는 탄자니아, 에티오피아와 각각 주소 현대화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앞으로 두 국가와 우리나라는 주소 제도와 행정 경험을 공유하고 국가주소시스템 개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진행할 것이다. 이는 양 국가의 생활 편의와 안전망 확보뿐만 아니라 물류업, 내비게이션 지도서비스업 등 우리 위치정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K-주소는 국가 운영의 기초 데이터에서 이제 로봇, 드론과 같은 첨단 산업과 결합하는 필수 자원이 됐다. ‘미운 오리 새끼’ 같았던 도로명주소가 세계 주소 환경을 선도하는 백조가 돼 또 하나의 한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