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향의 해피樂] 소염진통제와 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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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필자가 어렸을 때는 어르신들이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밝은 기운이 넘치는 사람을 보면 “신수가 훤하다”고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하고 그냥 건강해 보인다는 말인가 보다 했는데, 약사가 돼 몸 공부 마음 공부를 하다 보니 그 말의 깊은 뜻에 감탄하게 된다. 신수의 신은 신장을 말하고 수는 물을 말한다. 즉 신수가 훤하다는 말은 신장 기능이 좋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신장 기능이 안 좋으면 안색이 나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장이 하는 일이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주고 영양물질과 물을 재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라 투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만성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서서히 저하돼 가는 질환으로 사구체여과율이 3개월 이상 감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성신부전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생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당뇨, 고혈압, 비만 등과 같은 성인병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거기에 덧붙여 소염진통제 남용 또한 신장 기능 악화의 한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날이 추워지면 어깨가 움츠러들고 근육이 수축되면서 진통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군을 뽑아보라면 당연히 소염진통제와 해열진통제가 1등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 근육통, 관절통 등 다양한 통증으로 사람들은 약국 문을 연다. 이뿐만 아니라 소염진통제는 병원 진료 후 처방전을 통한 전문의약품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이지향 충남 아산 큰마음약국 대표약사
만성신부전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라 투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만성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서서히 저하돼 가는 질환으로 사구체여과율이 3개월 이상 감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성신부전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생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당뇨, 고혈압, 비만 등과 같은 성인병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거기에 덧붙여 소염진통제 남용 또한 신장 기능 악화의 한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날이 추워지면 어깨가 움츠러들고 근육이 수축되면서 진통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군을 뽑아보라면 당연히 소염진통제와 해열진통제가 1등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 근육통, 관절통 등 다양한 통증으로 사람들은 약국 문을 연다. 이뿐만 아니라 소염진통제는 병원 진료 후 처방전을 통한 전문의약품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만성신부전, 진통제 남용도 원인
통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통증이 나쁘기만 한 걸까?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제때 치료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수명이 훨씬 짧다고 한다. 그렇다면 통증은 그냥 방치해야 할까?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상처 치료보다 더 급한 것이 통증 감소일 수 있다. 부상이 심하면 상처 때문이 아니라 통증 때문에 쇼크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통증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에게 득과 실을 동시에 주는 어려운 현상이다. 신장의 사구체에서 혈액을 깨끗이 걸러주려면 일단 혈액이 신장 사구체로 잘 들어가야 한다. 만약 신장 사구체로 들어가는 혈관 입구가 좁아져 있다면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고혈압이나 부종, 더 심각하게는 급성신부전이나 만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염진통제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소염진통제가 통증을 억제할 수 있는 이유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차단하기 때문인데, 공교롭게도 이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신장 사구체로 들어가는 혈관을 확장해 혈액이 잘 흐르게 도와주기 때문이다.통증의 근본 원인 찾아 해결해야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아버지 이야기가 떠오른다.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려서 좋지만 짚신장수 아들이 걱정되고, 해가 뜨면 짚신이 잘 팔려서 좋은데 우산장수 아들이 걱정되는 아버지 말이다. 통증 때문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차단해 통증은 없어지지만 신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신장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 꼭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버지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신장이 건강한 사람이 소염진통제를 잠시 복용한다고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남용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지속적으로 소염진통제에 노출된다면 신장 건강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얼굴만 주름지는 게 아니라 몸속의 오장육부, 즉 신장도 같이 노화해 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프게 돼 소염진통제를 더 많이 복용하게 된다. 악순환의 가속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증을 무조건 소염진통제로 잠재우려 하지 말고 통증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약은 도구일 뿐이다. 통증이 너무 심할 때 무조건 참는 것도 지혜롭지 못하고 통증이 있다고 무조건 약에 의지하는 것도 지혜롭지 못하다. 꼭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수가 훤한 당신을 응원한다.이지향 충남 아산 큰마음약국 대표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