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가 남긴 투자의 비결 "아끼는 아이디어를 파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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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찰리 멍거 생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유용하게 쓰이려 노력했습니다(I tried to be useful)"
임종 전까지 기업가·관료 부지런히 만나
"나는 유용하게 쓰이려 노력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별세한 고(故)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메시지다. 그는 99세의 고령에도 일주일에 수 차례 IT(정보통신) 기업가, 정부 관료, 애널리스트 등을 만나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면서도 이러한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WSJ가 29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멍거는 7살 시절 고향인 오마하에서 일어난 일을 전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멍거와 한 소녀에게 들개가 다가왔다. 들개는 소녀를 물었고 소녀는 광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멍거는 "그 망할 개는 내게서 3인치도 떨어져있지 않았다"라며 "그녀가 죽고 내가 살아난 것은 순전히 운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뛰어난 성적을 거둔 사람과 기업의 기록은 항상 합리적인 수준의 지능과 노력, 그리고 많은 행운이 섞여있다"라며 자신의 성공을 행운의 결과로 돌렸다,
'겸손'은 살아생전 멍거에 대한 월가의 평가와는 거리가 먼 단어였다. 그는 2019년 WSJ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나 직업을 묘사하며 "엄청나게 멍청하다"라는 표현을 7번 썼다. 멍거는 미국 미시간대를 중퇴했지만 하버드대 로스쿨을 상위 30%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멍거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았다. "공자는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 게 아는 것이 진정한 지식이라고 했다. 자신을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게 똑똑한 것보다 더 유용하다"는 그의 인터뷰(2014)에서 이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멍거는 자신이 가진 지식의 범위를 '능력의 원'이라고 불렀다. 이 원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이 실제보다 더 넓다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게 더 가치있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 멍거와 그의 동반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전략도 겸손에서 시작됐다. 둘은 좋은 투자 기회라도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정신적 쓰레기통'에 폐기했다. 멍거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가장 아끼는 아이디어를 파괴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라고 2019년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가격에 나올 때까지 수년 또는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멍거는 100세를 앞둔 나이에도 법률전문신문인 데일리저널의 회장, 창고형 소매업체 코스트코의 이사로 활발히 활동했다. 멍거는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연말에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 클럽에서 500명 이상의 손님과 파티를 벌일 계획이었다. 그는 "새해 첫날이 끝나자마자 바로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