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바이오뱅크 신규 데이터 공개…"신약개발 보물창고 열렸다"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자가 액화질소에서 시료를 꺼내고 있다. UK바이오뱅크 제공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뱅크로 평가 받는 영국 바이오뱅크(UK바이오뱅크)가 50만명분의 임상데이터 분석 결과를 담은 새로운 데이터를 공개했다. 질환에 대한 신규 유전정보가 대거 포함돼 있어 신약개발의 보물창고가 열렸다는 평가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임상데이터 50만명분에 대해 지난 5년간 35만 시간을 들여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승인된 기관의 연구자들이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로리 콜린스 영국 바이오뱅크 수석조사관은 "건강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게 진정한 보물창고가 열렸다"며 "전 세게 진단 및 치료에 대한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에는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예방 관련 유전자, 심장병·유방암·전립선암 등 질병에 취약한 개인 식별 유전자 등의 정보가 대거 포함됐다. 이번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활동성과 파킨슨병 사이 연관관계도 드러나기도 했다. 이 결과를 각각 '사이언스', '신경학 저널' 등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됐다.

지금까지 90개 이상 국가에서 3만명 이상 연구자가 영국 바이오뱅크의 일부 데이터를 활용해 90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하면 유전학을 기반으로 정밀의학이 발전하는데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존 리드 존슨앤드존슨(J&J) 혁신의학 연구개발(R&D) 수석부사장은 "의약품이 환자 하위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006년 시작된 영국 바이오뱅크 프로젝트는 핀란드의 핀젠(FinnGen)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뱅크 프로젝트로 꼽힌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약 50만명 규모의 자국민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지금까지 2억파운드(약 3277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에릭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와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설립자인 켄 그리핀이 각각 1000만달러(약 1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희귀·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체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미국은 '정밀의료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년간 100만명의 유전체 및 생활습관정보를 수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100만명 이상의 유전체 분석을 추진하는 ‘정밀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바이오뱅크를 구축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이 추진된다. 지난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총 998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민의 건강·임상·유전·의료·환경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이다. 최종적으로 국민 100만명에 대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