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에 연 2만% 대출 이자 받아온 'MZ 조폭'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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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불법 사금융과 전쟁'A씨는 지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연합회 전직 회장 출신이다. 그런데도 A씨는 대부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유흥업소 종사자, 퀵배달 기사, 영세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최대 연 1300%의 초고금리 이자로 소액·단기 대출을 일삼았다. 변제기일이 지나면 폭력과 협박을 동원해 불법 추심까지 했다.
B씨는 20~30대의 지역 선·후배를 모아 조직을 만든 뒤 비대면·점조직 형태로 불법 사채조직을 운영했다. 대포폰과 대포 차량을 활용해 3개월 단위로 사무실을 수시로 옮기는 등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해 갔다. B씨는 인터넷 대부 중개 플랫폼에 여러 개의 허위 업체명을 등록해 합법 업체인 것처럼 불법 광고하면서 채무자를 모집했다. 특히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취업준비생, 주부 등을 대상으로 소액·단기 대출을 해주며 최대 연 2만8157%의 초고금리 이자를 수취했다.국세청은 이 같은 악질적인 행위를 일삼은 불법 사금융업자 등 108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로 선언한 후 나온 후속 대책이다.
국세청은 범정부적 과제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김태호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세무조사, 재산추적, 체납징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특히 불법 사금융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채업 불법 영위한 지역 유지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등 유관기관 정보 공조와 자체 정보분석을 통해 조사대상자를 신속히 선정하고, 108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유형별로는 △사채업자 89명 △중개업자 11명 △추심업자 8명이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서민으로부터 고금리 이자를 수취하며 탈세한 지역 유력인사도 포함됐다. 국세청의 사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사채조직을 운영하면서 취준생, 주부 등을 상대로 연 수천% 고금리로 단기·소액 대출을 해주고, 신상 공개·가족 살해 협박 등 악질적으로 불법 추심한 사채업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노숙자 명의로 위장업체를 만들고 서민·소상공인에게 카드깡 대출을 해준 사채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요원의 신변 안전 우려가 있는 ‘조폭’ 사채업자에 대해선 경찰관 동행 등 경찰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중개가 필요 없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을 저축은행을 사칭하면서 불법 수수료 중개 수입을 얻은 불법 중개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중개 과정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하기도 했다. 불법추심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위장거래처를 끼워 넣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벌어들인 대부 수입을 국외로 이전한 대부·추심업자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검찰과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자료 일체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징세액을 제때 받아내기 위해 확정 전 보전압류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 관련인도 폭넓게 선정하고, 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최대 10년까지 확대해 그간의 탈루 세금을 철저히 추징할 예정이다. 특히 차명계좌·거짓 장부 등 고의적인 조세 포탈 행위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고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소득 누락한 채 호화생활 영위
국세청은 불법 사채소득으로 재산을 취득하고 호화 생활을 누린 31명에 대해서도 자금출처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불법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대부분 신고누락해 직원이나 친·인척 등 타인 명의로 분산·관리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를 현금화하거나 자녀 등에게 편법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이번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신고소득이 적음에도 고가 부동산이나 고급 자동차 등을 취득하거나 명품쇼핑, 해외여행 등의 사치성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등 불법 수익을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무자의 담보물건을 경매 개시해 자녀 명의로 낙찰 받는 등 단순한 증여 행위를 넘어 불법적인 편취행위에 일가족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은 세금을 체납 중인 불법 대부업자 24명에 대해서도 재산추적조사에 즉각 착수했다. 최근 5년간 세무조사에서 미등록 대부업을 영위하는 등 불법 사금융 행위를 하며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고액을 추징받았으나 재산을 은닉해 납부하지 않는 체납자들이다. 국세청은 체납자 생활실태 확인, 주변인·이해관계자 탐문, 실거주지 수색 등 강도 높은 현장 징수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국세청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탈세 제보도 당부했다. 무능력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명의를 위장하거나, 다수의 대포통장으로 이자를 수취하는 숨어 있는 전주(錢主)를 적극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재수 조사국장은 “불법사금융 꼭대기에서 불법 이익을 향유하는 전주를 밝혀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데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번 특별근절기간 동안 불법사금융업자의 탈루소득을 단돈 1원까지도 끝까지 추적해 세금으로 추징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