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긴 12월은 비로소 빛의 시간…전세계 밝히는 루미나리에 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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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신세계 본점 '3분 야외 영화관'에서
600년된 크리스마스 마켓 원조 드레스덴까지
겨울은 달과 별의 시간이다. 태양을 밀어내고 어둠의 시간이 길어지면, 반짝이는 것들은 더 영롱한 빛을 낸다. 이것은 하늘만의 일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도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가 곳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명동의 밤 밝히는 신세계백화점 '3분 야외 영화관'달의 시간이 한참 길어지는 겨울. 그 겨울에 더 빛나는 곳들이 있다. 서울 시내 곳곳의 백화점들이다. 시청과 명동, 잠실처럼 많은 이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평범한 거리는 추위와 함께 특별한 랜드마크가 되어 찾아온다. 거리 곳곳을 바꾸는 ‘빛의 마법’은 순식간에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데려간다. 올해의 ‘마지막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명소들을 정리했다.
“평일 아침 10시에 갔는데, 앞에 500명 있었어요.”
요즘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이른 아침부터 폐장시간까지 인파로 붐빈다.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유럽 작은 마을을 연상시키는 ‘H빌리지’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행렬이다. ‘대기번호 500번대, 4시간 대기했다’는 후기들로 넘쳐난다. 현대백화점은 11월 첫날부터 압구정 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 등 전국 16개 점포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였다. 올해의 컨셉은 '해리의 꿈의 상점'. 20세기 영국 런던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으로 조성했다. 마을을 구성하는 건축물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성행했던 유럽의 예술사조 아르누보 양식을 따랐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를 실내에서 느끼고 싶다면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야외에서 즐기고 싶다면 무역센터점을 찾는 게 좋다. 여의도의 'H빌리지'는 곳곳의 부티크에서 베이커리, 디퓨저, 인테리어 소품 등 연말연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선물을 함께 판매한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올해도 ‘12월의 랜드마크’가 됐다. 가로 63ｍ, 세로 18ｍ의 스크린을 건물 외벽에 설치해 명동 일대를 야외 영화관처럼 만들었다. 백화점 앞을 우연히 지나다가 영상을 마주한다면, 아무리 추워도 3분은 멈춰 서서 끝까지 감상하고 가길 추천한다. 스크린 속 붉은 커튼이 양쪽으로 걷히고 커다란 아치가 열리면 단막극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반짝거리는 회전목마 숲에서 사슴은 호두까기 병정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드는 듯 시계태엽 터널을 통과해 크리스마스트리 수풀에 다다른다. 선물 상자 속에서는 인형들이 튀어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이 점포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3분 크리스마스 단막극의 내용이다. 영화는 음악까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법. 영상과 함께 나오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과 크리스마스 캐럴은 연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연말 분위기를 띄우는 건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로비 라운지에 '빛의 기둥'을 설치해 은하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이 작품은 설치 미술가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다. 작품에는 약 5만개의 비즈가 사용됐다. 빛 기둥의 높이는 14ｍ에 달해 우주여행을 떠나는 듯한 황홀한 느낌을 준다.
드넓은 공간에서 연말 분위기를 즐기며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아가보자. DDP 외벽의 '디지털 아틀란티스'는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표현한 미디어아트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600년된 드레스덴 크리스마켓에서 삿포로 빛의 축제까지
키가 20ｍ를 훌쩍 넘는 초대형 트리, 밤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조명, 축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캐롤까지. 12월이 되면 세계의 관광지들은 온통 크리스마스로 물든다. 오로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유럽·미국행 비행기 티켓까지 끊는 ‘크리스마스 러버’들도 적지 않다. 화려한 트리와 조명으로 잊지 못할 연말을 만들어줄 크리스마스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은 단연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아기자기한 트리 장식품부터 그 지역의 전통 크리스마스 베이커리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는 독일 드레스덴이다. 1434년 시작된 드레스덴 알트마르크트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음식 재료를 팔던 마켓이 무려 600년 동안 이어졌다. 이곳에선 독일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먹는 전통 과일 케이크 ‘슈톨렌’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각 매장 지붕마다 달려있는 귀엽고 예쁜 장식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열린다.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면 오스트리아 빈이 제격이다.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그 중 메인은 시청 건물 앞 라트하우스 광장에 차려지는 마켓이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300만 명이 찾는다. 시청 앞에 설치된 아이스링크는 그 중에서도 가장 붐빈다. 8500㎡에 달하는 아이스링크장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스케이트와 컬링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26일까지, 아이스링크는 내년 3월까지 문을 연다. 12월 30~31일, 1월 1일 빈 음악협회 골든홀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의 콘서트까지 곁들인다면, 이보다 더 멋진 연말은 없을 것.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요즘 뜨는 크리스마스 여행지다. 유럽 여행 전문기관 EBD가 선정하는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2020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외벽을 수놓는 화려한 조명쇼, 뵈뢰슈머르치 광장을 가로지르는 어린이용 기차, 골목 골목마다 자리 잡은 헝가리 전통 수공예품 가게 등을 들르면 지루할 틈이 없다. 뵈뢰슈머르치 광장 마켓은 31일까지, 성 이슈트반 대성당 마켓은 내년 1월 1일까지 열린다.
마켓뿐만이 아니다. 매년 이맘 때면 전세계 주요 도시마다 ‘트리 경쟁’이 펼쳐진다.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이다. 갤러리 라파예트, 사마리탄, 프랭탕 등 유명 백화점들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트리를 내세운다.
올해 파리지앵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젊은 패션 디자이너 샤를 드 빌모가 디자인한 갤러리 라파예트의 트리다. 유리로 만들어진 투명 트리는 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고, 그 위엔 산타와 엘프가 앉아 있다. 빌모는 백화점을 어릴 적 읽었던 동화나 꿈 속에 나올 법한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고. 그가 디자인한 환상적인 트리는 31일까지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얘기할 땐 뉴욕을 빼놓을 수 없다. 1931년부터 매년 록펠러센터 앞에 설치되는 트리 때문이다. 올해는 키가 24ｍ에 달하는 초대형 트리가 설치됐다. 트리에 쓰인 전선 길이만 8km가 넘는다. 5만 개가 넘는 LED 불빛과 트리 위 400㎏짜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준다. 장거리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비행기로 2~3시간 거리에서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눈의 도시’ 일본 삿포로다. 이곳 오도리 공원에선 삿포로와 자매결연을 맺은 ‘뮌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오도리 공원, 삿포로역 앞 광장 등에서도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의 일환으로 화려한 빛의 오브제들이 야경을 수놓는다.
김보라/이선아/이미경 기자